"디렉터랑 매니저랑 뭐가 다른지 알아?"
Do you know the difference between manager and director?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온 HR 부서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 친구가 물었다.
"글쎄"
Well,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별생각 없지만 생각하고 있는 듯 대답을 했다.
그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 그대로야. 디렉터는 'Direct'를 하는 사람이지. 매니저는 'manage'를 하는 사람이고"
"It's quite obvious. Director does 'direct', manager does 'manage'"
또 무슨 뜬 구름 잡는 소린가 싶어서 무슨 소리를 할까 싶어 나는 가만 듣고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하면서 나름 깨달음이 있는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였기에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 친구도 매니저고 나도 매니저였는데, 나의 근무지와 보직이 바뀌면서 그 친구의 상사인 디렉터와도 바로 옆 사무실에서 긴밀하게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본인 상사와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팁들을 내게 주고 있었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국은 이런 내용이었다. 디렉터는 방향성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실행되는 것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방향성대로 실행하도록 매니저들한테 지시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Direction)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잘 관리 (Manage)하는 것이 우리 매니저들의 역할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디렉터와 매니저의 관점과 역할의 차이 때문에 디렉터가 지시하는 것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 하더라도 매니저들은 때로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움에 대해 토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매니저로서 디렉터와 이야기할 때에는 방향성이 맞는지 안 맞는지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겠지만,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올바른 방향이라고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까지 할 수 없는지는 디렉터와 명확히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 자원과 시간을 요청하고, 결국 디렉터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 지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체계는 매니저가 디렉터에게 보고하는 일반적인 외국계 기업에서의 상황을 이야기하지만, 일반 대기업에서도 중간관리자와 임원사이의 관계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 친구의 해석이 참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크게 공감되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다.
매니저들 위에 있는 디렉터분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대표이사 직급에 있는 분들은 영어 타이틀이 보통 'General Manager'나 'Managing Director'라고 부르게 되는데, 다시 'Manage'를 하는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General Manager의 경우에는 그 말 그대로 회사 전반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되며, Managing Director는 디렉터들로부터의 방향성을 종합하여 결국 회사의 방향성을 집중하고 회사가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니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은 제대로 된 디렉터가 될 수 없다. 앞서 친구가 얘기한 대로 정말 현실성 없이 방향만 제시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매니저도 실행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런 디렉터가 제시한 방향성을 맞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실제로도 여럿 봤다.
반대로 매니저 역할을 하면서 본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큰 방향성을 보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디렉터가 될 수 없다.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디렉터는 조직을 이끌어나갈 수 없으며, 현상유지를 간신히 하는 조직을 만드는데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매니저들이 잘 실행할 수 있도록 이끄는 디렉터가 결국에는 조직 전체를 제대로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 있으면서는 보통 나의 역할이 디렉터와 매니저역할 모두라고 생각을 한다. 회사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면서도 그것이 실행될 수 있는 방안들을 직접 찾아 실행까지도 한다. 필요한 자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자원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이런저런 일들로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 생활을 하면서 문득 지금은 그 회사에서 디렉터가 되어 고군분투하는 그 친구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