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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Apr 04. 2023

문과적 이과생과, 이과적 문과생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실용적 인재'는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청소년기에 이미 우리의 진로의 큰 방향을 정해야만 하는 기로에 놓이게 된다.


바로 문과와 이과.


나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진학할 때 문과와 이과를 선택해야 했으며,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은 본인이 수학이 크게 힘들지 않다면 이과로, 수학이 좀 싫다거나 어렵다면 문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일부는 예체능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었고 아예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해서 전문기술 쪽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생각하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좋은 대학교를 가기 위해서'일 것이다 (나도 한동안은 그렇게 착각하고 살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결국 문과와 이과를 선택하는 기준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본인에게 유리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것이 되어버린다.


실제로 문과와 이과의 선택이 그 사람의 대학 진학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본인의 '적성'에 따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내 친구는 수학을 좋아하고 잘해서 이과로 진학했지만, 재수를 해서 교차지원으로 문과 대학에 입학 그러더니 수학과를 복수 전공하더니 수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를 마쳤다. 그 친구가 겪은 여정이 나름 의미 있는 여정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단순히 대학을 잘 가기 위해 전략적인 문/이과의 선택은, 결국 본인의 적성으로 가게 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렇게 우리가 청소년기에 선택한 '문과'와 '이과'라는 분류는 우리의 평생을 따라다니며 본인의 정체성중 하나가 되어버린다. 실제로 문과로 대학을 진학하면 대부분의 학문이 문과와 관련된 학문을 배우게 되며, 그런 학문을 배우면 당연히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될 확률이 크고 주변에도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며, 그러한 색깔이 더욱 짙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서 만나본 '인재'들은 대부분 이러한 문과와 이과적 성향을 두루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문과적 성향이 강한 의사: 의대에서 수석으로 졸업하고 최연소 의대 교수 타이틀까지 보유하며 전문분과에서 다수의 논문을 쓰고 있는 훌륭한 의사 분이 주위에 있다. 이 분을 만나보면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은 문과적 지식이 많으며, 언어적으로 뛰어난 재능이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보면 의학 관련뿐만이 아니라 이과 전반의 지식은 물론 문학적이나 예술적 장르의 책이나 영화도 많이 보고 사색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폭넓은 지식과 시야는 결국 본인의 전문분야로까지 이어져서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 다른 시각에서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문과 출신 경영인: 한 기업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 분은 무려 인류학 박사 타이틀을 갖고 계신 분인데 '테크'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으시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최신 기술과 관련된 많은 공부를 하시고 많은 지식들을 갖고 계시며, 특히나 AI와 관련해서는 AI기술 자체에 대한 지식에 본인의 인류학적 지식과 인사이트를 더해 굉장히 깊이 있는 내공을 갖고 계신다. 실제로 이 분의 AI관련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굉장히 높은 수준의 학식과 경험을 갖춘 업계의 CEO분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청중들로부터 강연 내용에 대해 극찬을 받으시기도 했다. 극찬을 받았던 이유는 AI기술의 기술적 발전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적 발전이 사회 전반으로 가져오는 부작용이나,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게 되면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 굉장히 수준 높은 질문들에 대한 혜안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 사례들 말고도 많은 분들이 있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 회사에서 나를 포함한 초기 창업멤버 4명은 모두 문과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는 상당히 이과적 문과생들이다. 우리가 어떻게 창업을 해서 이런 일을 (아주 이과적인 '의료기기'를 만드는)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는 새로운 분야의 학문을 탐구하고 공부하는데 거리낌이 없다는 점이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도 새로운 기술들을 탐구하고 우리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구하고 있다. 일반 회사 같았으면 이러한 새로운 기술의 탐구와 적용을 반영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면, 우리는 적용하는데 한 달도 걸리지 않는 너무나도 빠른 행동들이 결국 우리 회사가 성장하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국에는 '문과와 이과'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고, 이 것이 결국 문과적 이과생과 이과적 문과생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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