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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Mar 16. 2023

유난히도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낸 당신에게


유난히도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낸 당신에게,



우리의 겨울은 유난히도 길고 추웠습니다.


너무나도 추운 겨울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고, 모든 것을 메마르게 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지난여름이 유난히도 길고 더웠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길고 긴 더위가 물러나기만을 간절히 바랐고, 그 간절함에 결국 더욱 추운 겨울이 왔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지난여름은 자라나는 모든 것을 무성히 자라나게 했고, 그 무더운 날씨가 물러나자 너무나 당연히도 무성히 자라나던 모든 것들이 시들어가는 것을 우리는 감내해야 했습니다.


언제까지고 자라나기만 하던 나뭇잎과, 쑥쑥 뻗어가던 가지가 더 이상은 자라지 않게 되고 나서야 모든 것을 태워버릴 것만 같았던 더위가 물러갔습니다.


모든 것들이 탐스럽게 익고 시들어가는 나뭇잎마저도 멋지게 스스로를 붉고 노랗게 불들이고 나자, 우리의 유난히도 길고 추운 겨울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겨울은 영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가기만을 바란 것이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겨울은 추웠습니다.




당신이, 우리가 이 추운 겨울을 모쪼록 잘 버텨주기만을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그 겨울을 이겨내고, 끝끝내 새로운 싹이 틔었습니다.


새로운 싹을 보고 추위가 지난 것인지, 추위가 지난 것을 보고 새로운 싹이 튼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추위도 지나가고 새로운 싹도 튼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싹이 트고, 꽃이 피고 모든 것들이 무성하게 자라면 우리는 어느샌가 찾아온 뜨거운 더위가 물러나기만을 바라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은, 작은 싹 하나가 자라나고 한 줄기의 따스한 햇빛을 감사하며 즐깁시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 풍요가 일상이 되고 더 이상 풍요를 바라지 않을 때 우리는 그 풍요를 잃겠지만, 다행히도 우리가 가졌던 풍요를 잊을 때가 되면 다시 이렇게 감사하게도 풍요의 싹은 다시 자라납니다.




다시 또 무더운 여름도 오고, 매서운 겨울도 오겠죠.


그래도 다시 또 봄은 옵니다.


다행입니다.


다시 또 함께 봄을 맞게 되어서,


앞으로도 함께 많은 봄을 함께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봄이 우리에게는 영원하지 않기에, 또 한 번의 봄을 이렇게 또 감사하게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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