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냐
해외에 살다가 한국으로 들어와 지방 신도시에 살면서 유유자적 살던 나와 우리 가족은 아무런 걱정 없이 살고 있었다. 양가 부모님과 친척들이 모두 수도권에 있어 자주 못 보고 산다는 것이 유일한 아쉬운 점이었고, 서울 사무실에 좋은 자리가 나면 좋은 기회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12월 초, 서울 본사에 마침 좋은 자리가 열렸고, 내부 직원 중에 채용을 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결과는 합격. 두어 달 뒤면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그리고 벼락 거지가 되었다.
따로 주거비용 지원이 없는 터라 서울로 가면 주거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뉴스에서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로 여겨지던 집값 폭등이 현실이 된 것이다. 당장 다음 달에는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으로는 수도권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의 아파트는 불가능했다. 지금 전세자금의 두 배이상의 자금이 필요했고, 출퇴근이 한참 걸리는 거리에서 올해 초등학생이 될 첫째가 등교할 수 있는 거리에서 집을 알아보았다.
실거래가 그래프를 보니 두세 달 전 가격에서 1-2억이 오른 호가 매물만 남아있다.
어떤 매물을 선택해서 계약한다 해도 내가 신고가를 만들어주게 되는 상황이다.
억울했다.
다시 서울에서 일하고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다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기회는 왔고 주택시장은 엉망이었다. 안정이 되고 있으니 '패닉 바잉'을 하지 말라는 공허한 메아리는 내게 아무 의미 없었다. 집주인들은 급등한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전세가를 올렸을 것이고, 내수 경기도 얼어붙은 시점에서 선뜻 부동산 자산을 낮춰서 거래하는 것도 불안할 것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디든 살아야 하는데, 수입은 늘지 않았고, 대출은 규제되고, 상한가에 물려서 손해 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매수가 적어지는데도 호가는 떨어지지 않는다.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이 와중에 고위 공무원들의 주택 매매 및 다주택 보유를 통한 자산 증식에 대한 뉴스를 보면 분통이 터졌다.
코로나로 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데 유일한 자산 증식의 돌파구가 부동산 주식투자 비트코인 등 사이버머니만 커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이러한 거품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위험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거품이 커지든 터지든 일반 서민들의 생활이 나아지는 것이 피부로 나아지는 것은 언제일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지만, 미래가 나아진다는 희망이 느껴지지 않을 때는 희생하지 않는 현재도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가 무얼 포기하고 하는 선택일지, 내가 선택하는 것이 미래의 어떤 그림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한 현재다.
신세 한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