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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Oct 25. 2021

다니던 회사가 없어졌다

내게 회사일이 전부가 아니듯이, 회사에게도 내가 전부가 아니다.

다니던 회사가 없어졌다.

한 때는 대학생들이 매우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 중 하나였으며, 많은 사람들이 들으면 아는 제품도 갖고 있는 회사다.


나의 두 번째 직장이었으며, 만 3년을 넘게 다녔고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던 회사였다. 이후 나는 이직을 통해 다른 회사에서 근무 중이지만, 많은 이전 동료들이 최근까지도 일을 했던 곳이다.


솔직히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없어지다니.

만약 내가 계속 다녔다면 나 역시도 현재 새로운 구직활동을 해야 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 회사를 20년 넘게 다니던 선배 직원분들은 더더욱 허탈감이 클 것이다.


피터 드러커가 저서에서 말했듯이 더 이상 한 회사에서 평생직장을 얻기란 불가능해졌다. 인간의 수명보다 길던 기업의 수명이 짧아지고, 인간의 수명은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소 2-3번의 이직이나 전직을 경험하면서 살아간다는 주장도 나온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 내가 다니던 회사가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정해야 할 사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 생활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을 내가 회사에 주는 것에만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하지 않는 것은 나의 삶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식이다. 나도 동의하고 쓸데없는 야근이나 주말 근무, 혹은 만성적으로 습관적인 야근과 주말 근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회사 역시 회사가 망해가면서까지 나의 고용상태를 보장하고, 약속한 월급과 혜택을 지속해준다는 것 역시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내게 회사일이 전부가 아니듯이, 회사에게도 내가 전부가 아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가끔, 회사일이 내 인생이 전부인 듯 나의 고용 상태는 언제나 보장된 듯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가 쿨한 관계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만약'이다. 회사가 내게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면, 내가 회사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 이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그런 상황에도 나의 인생을 어떻게 최선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내가 다니던 회사가 없어진다고, 내 인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갑자기 내가 다니던 회사가 없어진다면, 내 인생을 어떻게 계속해서 살아가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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