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쿨해질 필요가 있는 이유
면접을 하면 다양한 지원자들을 만나게 된다. 10명이면 10명 모두 강점과 개성이 다르고, 확신이 들거나 미흡한 점 들에 대한 느낌이 있다. 2명 이상의 면접관들이 면접에 참여하게 되면 비슷한 10가지 중 8개 평가 항목에 대해서는 비슷한 평가를 하지만 2가지 정도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평가자처럼 개개인의 평가 기준이나 기대치가 약간씩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이 끝나고 지원자가 나가자마자, 혹은 빠른 시간 안에 지원자들의 대한 면접관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같이 공유하고 논의를 한다. 시간이 없을 때는 '이 지원자를 통과시킬지 말지?', '왜 그런지?' 등이다.
사실 회사에서는 면접 평가에 대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 기준과 지표를 통해 면접관 별로 차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관들의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다만 다수의 면접관이 있을 때는 면접관들이 공통적으로 동의를 한다는 전제 하에 통과를 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8년 전, 나의 면접관으로써의 첫 경험, 절실한 지원자를 만났다.
처음으로 신입사원 특별 인재 채용 과정에서 면접관으로 채용팀의 선배 면접관님과 함께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다. 패기 넘치고 능력 좋은 신입사원 후보들을 평가했고, 우리는 1차 면접으로 2차 면접을 보는 선배분들이 계셔서 부담이 적은 면접이었다. 어느 한 지원자는 평균적으로 능력은 있었지만 합격기준에 아주 약간 못 미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 지원자도 이러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본인이 왜 이 직무에 합격해야 하는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지원자가 나가고 평가 기준에 의한 의견을 나누는데 평가기준으로만 본다면 아쉽지만 평가기준에는 살짝 못 미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나는 못내 절실한 그 친구의 태도 마음에 걸려, 선배 면접관에게 말했다.
"너무 절실해 보이는데 통과시키면 어떨까요?"
"너무 절실해 보이는 것은 맞는데, 오늘 지원자 중에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그래도 기회는 한번 줘보면 어떨까요? 다음 면접에서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내가 마음이 조금 불편하다고 그 평가를 다음 면접으로 미루자고요? 그건 좀 무책임한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에는 그런 마음으로 통과를 시켰던 적이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100이면 100 모두 후반 면접에서 불합격하더군요. 어차피 불합격할 지원자는 우리 선에서 불합격을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너무나도 맞는 이야기였고, 나의 면접관으로서의 불편함을 미루기 위해 그런 의견을 냈던 것이 부끄러웠다. 마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듯한. 그때부터 나 역시 절실함은 면접의 평가 요소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보게 되었다.
면접관의 역할은 철저하게 회사가 정한 채용기준에 맞게 평가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절실함은 면접의 평가 기준에 없다. 본인의 강점을 피력하는데 집중하고,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나갈지 피력하는데 집중하자. 절실함은 강점을 덮고, 단점을 부각한다.
이후에도 나는 수많은 지원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얼마큼 이들이 절실함을 피력하던 모두 똑같이 절실한 지원자라고 생각하고 회사의 평가 기준에 맞추어 평가를 한다.
평가 기준은 회사의 인재상과 해당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업무적 능력, 그 평가 기준에 맞는 사람을 합격시킨다. 내가 아닌 다른 면접관이 들어가도 같은 기준이며, 입사 후 내가 합격시킨 지원자가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동료직원들과 잘 협력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
면접에서 '절실함'을 피력할 필요는 없다. 모두가 절실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배 면접관의 이은 한마디가 생각난다,
"회사에 와서 능력이 아닌 절실함만으로 일하는 동료와 일한다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