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간 나의 'Secret'
학생이었던 시절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후회하는 이 감정을 기억한 채로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렬히 놀 수 있을 텐데.
사회생활이 시작된 후 나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입에도 자주 오르내리던 문장이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돌아보니 그때가 좋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때 뭔가를 열심히 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을까 하며 현재의 처지를 상상 속에서나마 바꾸어 그려보곤 했다.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그저 막연한 후회에서 시작된 헛된 망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현실이 되어 다시 수업을 듣고 있는 지금의 나를 보면 스스로도 문득 놀란다. 함께 수업 듣는 학생들에 비해 나이는 조금 많지만 나는 이렇게 다시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이 되었다. 형편을 생각하면 해외 어학연수에 대한 꿈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일찍이 체념했던 과거의 나에게도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당장은 할 수 없는 일일지라도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는 한 언젠가는 원하는 일을 해낼 수 있게 된다고.
퇴사라는 이 한 가지 결정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마음속에 간직해두었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실천할 용기를 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사회라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큰길로만 가야 하는 줄 알았고, 지쳐서 잠시 쉬었다가도 가던 길로 다시 가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잠시 앉아 고개를 돌려보니 더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 샛길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내 스스로의 선택에 만족한 만큼 학생 시절 그럭저럭 의무적으로 했던 공부도 이제는 즐거운 일이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할수록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던 사람들과 점점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흥미는 더욱더 커져갔다. 기존에 살아오던 장소를 벗어나니 얽혀있던 인간관계나 사회에서의 의무에 대한 모종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마음가짐이 새롭게 리셋되는 기분이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끝에 가서 새 출발을 다짐하며 유학을 떠나겠다고 말하는 이유도 알 것만 같았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취미로 등록했던 피아노 학원을 잦은 야근으로 인해 두 달만에 마음을 접어야 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캠퍼스 내의 피아노 연습실을 찾았다.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는 주인공이 ‘비밀(Secret)'이라는 피아노곡을 연주하면 미래와 과거로 이동할 수 있다. 창문 밖에는 학생들이 캠퍼스 운동장에서 축구와 농구를 하는 정경이 펼쳐져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며 이 곡을 연주하고 있자니, 정말 마법처럼 시간을 되돌려온 느낌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도착했을 때 나의 시계는 이미 1시간 과거로 돌아왔고, 한국 나이 28세에서 중국 나이 26세로 2년은 젊어졌으며, 직장인이었던 나는 거꾸로 학생이 되어 돌아왔다. 중국 유학을 오면서 가장 첫 번째로 느낀 것은 이것이었다. 과거에 대한 후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망상일지라도 자신의 용기와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