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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비 Jul 31. 2023

최상천, 『알몸 대한민국 빈손 김대중』

대한민국의 문제점


국민(國民)은 일본제국 식민지시기에 사용하던 황국신민의 준말이다. 나는 민주주의체제를 채택한 주권국가에서 이런 용어를 50년 넘게 사용해온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초등학교는 초등학교로 바꾸면서 국민이란 말은 왜 바꾸지 않는가? 이런 사정이 안타까워서 나는 국민이란 말 대신 나라사람, 또는 주권자라는 말을 사용한다. - p.11


경제 위기의 근원은 효율성도 합리성도 경제정의도 없는 경제구조에 있었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대통령경제, 회장 한 사람이 수십 개 기업을 지배하는 왕국기업, 연줄과 뇌물과 야합으로 나눠먹는 사금고 금융, 돈 빼돌리기, 비자금 모으기, 엉터리 회계, 가짜장부로 얼룩진 위장경영, 전국 규모 놀음판에 불과한 놀음판 증권시장, 부패비용은 탈세로 채우는 범죄경제, 온갖 사기와 협잡이 판치는 사기백화점, 수십조 원 검은 돈이 들락거리는 지하경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등쳐먹는 피라미드사업... 이러고도 위기가 없다면 그게 진짜 기적이다. - p.63


대한민국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조차 묻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제주에서 빨갱이로 몰려 죽은 5~8만, 보도연맹으로 무차별 처형된 30만, 전쟁 중에 전국 곳곳에서 영문도 모르고 집단 학살된 민간인들, 군대에 갔다가 원인 없이 죽은 사람들, 민주화를 외치다 죽은 4월 혁명의 청년들, 엉뚱한 ‘베트남의 자유’를 위해 개죽음을 당한 5천 청년과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실종자들, 반란군에게 ‘폭도’로 몰려 사살된 광주항쟁의 청년들, 자기도 모르게 간첩이 되어버린 사법살인의 희생자들, 조국근대화와 국가경쟁력이라는 거룩한 목적을 위해 이름 없이 산업재해로 죽은 사람들, 어이없는 대형사고로 죽어간 꽃다운 청소년들, 죽이기 교육에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아이들... 대한민국이 ‘좋은 나라’였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p.125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사람도, 사회도, 자연도, 우주도 변한다. 사는 방식도, 윤리도, ‘하느님’이나 ‘부처님’도 변한다. 존재는 한 순간도 머물거나 정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변화무쌍이라고 했던가?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라는 존재 법칙이다. 그래서 제행무상이라고 했던가? - p.142


역사의 길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말자. 희망은 주어지는 것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듯, 역사의 길도 우리가 개척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주체적 개인들이 어울려 진정한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 회사, 우리나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역사의 길이라고 믿는다. - p.266


나는 한국의 사회구조를 「피라미드 신분구조」로 보고 있다. 학력골품 제도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학교는 뼈 대학이다. 서울법대는 통뼈(성골)다. 대학은 두품이다. 고연대와 몇몇 명문대학은 6두품 대학, 보통대학은 5두품 대학, 전문대학은 4두품 대학이다. 고졸자 이하는 등급바깥이다. 이러니 서울대학교에 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경제구조도 마찬가지다. 내가 파악한 한국경제는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업 내부는 총수에서 말단 직원에 이르는 「피라미드 구조」다. 국가경제는 대통령을 총수로, 재벌을 진골기업으로, 중소기업을 6두품 기업으로, 재벌기업 노동자를 5두품 노동자로, 중소기업 노동자를 4두품 노동자로, 주부와 농업인과 실업자를 등급바깥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피라미드 구조」는 사람의 생산성을 억압하고 엄청난 낭비를 가져오기 때문에 효율성을 높이기는커녕 갈수록 문제만 만든다.(중략 및 요약) - pp.276~277


 민주주의에서는 사람이 주권자이고 모든 개인은 동등한 자격을 가진다. 그러나 시장주의에서는 돈이 주권자이고 권력은 액수에 따라 결정된다. 민주주의는 「1인 1표」 제도고, 시장주의는 「1주 1표」 제도다. 민주주의는 사람중심주의, 시장주의는 자본중심주의다. 이것이 민주주의와 시장주의의 근본적 차이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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