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시작
저는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어가 참 거칠다고 느꼈어요. 연장자는 나이 어린 사람을 쉽게 하대합니다. 혹은 나이보다도 계급에 따라 말의 태도가 달라져요.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언어 사용이 당연히 여겨지는데 이런 언어 태도에 불쾌했던 적이 꽤 있습니다. 아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라틴어는 기본적으로 상대가 누군든지 간에 내려다보지 않습니다. 수평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죠. - p.45 line 4~10
언어 학습의 목적을 이야기하는 것은 학습의 방향성이 다른 학문들에도 좋은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식, 즉 ‘어떤 것에 대해 아는 것’ 그 자체가 학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앎의 창으로 인간과 삶을 바라보며 좀 더 나은 관점과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 점이 바로 “우리는 학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위해서 배운다.” 라는 말에 부합하는 공부의 길이 될 겁니다. - p.56 line 2~8
물론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쉽게 알 수도 없지만 섣부르게 “이것은 내 장점이다, 단점이다”라고 규정해서도 안 될 일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고, 또 환경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 p.63 line 10~14
어제의 답이 오늘은 답이 아니게 되고, 오늘은 답이 아닌 것도 내일은 답이 될 수 있는 때입니다. - p.64 line 12~13
여러분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혹시 세상의 기준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보다도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더 비난하고 괴롭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타인을 칭찬하는 말은 쉽게 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채찍만 휘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여러분 모두가 스스로에 대한 객관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먼저 최고의 천사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 p.79 line 6~12
인간이란 존재는 영원으로부터 와서 유한을 살다 다시 영원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숨이 한번 끊어지면 그만인데도 영원에서 와서인지 인간은 영원을 사는 것처럼 오늘을 삽니다. - p.152 line 3~5
인간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어머니는 관이 되어 제게 기억으로 남았고, 제 죽음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내일은 저 역시 관이 되어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또 그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게 될 겁니다. - p.156 line 10~13
우리 사회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게 나이와 지혜가 정비례하기라도 하는 양 몇 년 몇 개월까지 따지며 나이의 권위를 내세우다가도 경제 논리 앞에서 그 나이가 갑자기 불리한 조건이 되어 한 살이라도 줄이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 p.175 line 1~4
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그게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렇게 잊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고요. 그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알았기 때문에, 그 그림을 알았기 때문에, 그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죠. - p.215 line 13~20
어떤 사람이든 어느 나라 사람이든 간에, 잘 살고 못 살든, 많이 배우고 못 배웠던 간에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겁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 뻔하고 간단한 진실 하나를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걸 기억하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와 같다는 걸 주지하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일은 없을 겁니다. - p.235 line 14~20
사실 인간 가운데 누구를 선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저 모두 친구들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인간을 보고 따라갔더라도 실망하고 아파할 필요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인간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연민과 사랑의 대상일 뿐이니까요. - p.286 line 7 ~ p.287 line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