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의 생각
많은 소설의 주인공들이 성격 파산자들이라 하여, 도는 신문 3면에는 무서운 사건들이 실린다 하여 나는 너무 상심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대부분이 건전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소설감이 되고 기사 거리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더 많다. - p.21 line 7~11
지휘봉을 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찬란한 존재다. 그러나 트소카니니 같은 지휘자 밑에서 플루트를 분다는 것은 또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 콘서트 마스터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자기의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이 얼마 아니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독주하는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그리 서운할 것은 없다. 남의 파트가 연주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무음의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 p.56 line 1~12
나는 ‘서영이도 결혼을 할 테지’ 하고 십 년이나 후의 일이지만 이 생각 저 생각 할 때가 있다. 딸이 결혼하는 것을 ‘남에게 준다’ ‘치운다’ 이런 따위의 관념은 몰인정하고 야속하고 죄스러운 일이라 믿는다. - p.117 line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