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투성이
팔뚝이 굵어진다.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약 한 달째, 점점 오른쪽 팔이 두꺼워진다. 이러다 짝 팔이 되게 생겼다. 어쩌면 이미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왼팔을 따로 단련해야겠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계기는 거창하지 않다. 대학도 졸업한 만큼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어 디딘 것에 불과했다. 새로운 경험을 쌓고, 겸사겸사 용돈도 벌 겸 해서.
글의 첫 문장에서 내 아르바이트가 무엇인지 예상한 사람이 꽤 있으리라 본다. 나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카페를 겸하고 있어서 커피와 차 종류도 판매한다. 이제는 조금 익숙하지만,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생각보다 숙지해야 할 것이 많아서 꽤 고생했다.
사실 지금도 쉽지는 않다. 주 3회, 하루에 다섯 시간씩 일을 하다 보면 다리와 허리는 물론이고 손목이 아프다. 커피는 종류도 적지 않아서 레시피를 다 외우지 못했다. 아이스크림이라는 것도 성질이 급한 녀석이라 느릿느릿한 알바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중량에 맞추어 몇 번씩 퍼담을 때면 쫓기는 마음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씩, 아주아주 조금씩 능숙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미도 붙는다. 물론, 글을 쓴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할 때만큼은 아니지만, 이전보다는 어느 정도 즐거움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재료를 조합하여 커피나 차 메뉴를 만든다면 연금술사가 된 것 같다. 아이스크림을 둥글게 퍼서 담을 때면 조각가가 된 것처럼도 느낀다. 여전히 청소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할만하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사장님과 매니저님의 도움이 컸다. 시작 전 했던 여러 걱정이 괜한 것이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들은 친절했다. 특히 매니저님이 그러했다. 매니저님과 주로 일을 하면서, 그분께 많은 것을 배웠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알바인 만큼, 부족한 점이 분명 많았으리라. 사실 내가 열심히 하기는 했어도, 배테랑의 눈에는 얼마나 어설펐겠는가. 그런데도 매니저님은 나를 한 번도 다그치지 않았다. 잠시만, 다시 해보자, 이렇게 말고 이렇게 하면 편해, 점점 요령이 생길 거야, 지금도 잘하고 있다, 등등의 부드러운 표현으로 나를 조금씩 만들어 갔다. 수년의 근무 끝에 매니저님은 지난주 목요일을 기점으로 퇴사하셨는데, 그것이 꽤 아쉽다.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를 할지 모르겠다. 가능하다면 길어도 반년, 적어도 석 달은 채우고 갈 생각이다. 아이스크림을 주로 판매하는 카페인만큼 여름이 가까워지고 볕이 뜨거워질수록 손님은 늘어나겠지.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본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런 경력도 없는 내가 일을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아이스크림까지 판매하며,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한 번의 아르바이트로 커피 만들기와 아이스크림 푸기, 두 가지 기술을 숙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 글은 감사로 마무리하고 싶다. 억지 감사가 아니다. 며칠 전 마감을 앞두고 카페에 앉아 있으며 떠오른 생각들의 총합이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나름 괜찮은 가게에서 나름 편한 방식으로 친절한 사람들과 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가. 생계유지나 부모 부양과 같은 절박한 목적이 아니라, 경험을 쌓고 용돈을 버는 목적으로 아르바이트해서 얼마나 감사한가.
아르바이트를 계속해 나가는 와중, 이러한 감사 역시도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여전히 출근 시간이 다가오면 스트레스가 있긴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즐거움을 찾고 감사를 쌓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