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흔적

나뭇가지의 흔적

by 이장순

나뭇가지를 내리칠 때마다 퉁 소리를 냈다. 바람이 새어나가지 않고 대나무를 통과하는 빈틈을 가르는 소리 퉁 소리에

개구쟁이 소년은 엄살을 부렸다.

가느다란 나무 사이로 바람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뻘건 자국만

남겨놓은 모양새가 얄 굽다.

소년은 아픔보다는 억울함에 고개를 숙였다. 개구쟁이 친구 녀석의 뒤처리를 하지 못한

자신의 탓도 있지만 이것이 매를 맞을 일인가 친구의 허물을 내뿜지 못하고

의리라 외치는 소년의 다리 사이로

나뭇가지의 흔적이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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