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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묘연 만들기

그녀 집사로 만들다.

by 이장순

노르웨이 숲 녀석으로부터 그녀를 덥석 빼앗은 나. 그런데 막상 펫샵을 나가게 되니까 겁이 난다. '바깥세상은 어떨까? 사실 유리 상자가 제일 좋은 안식처였던 건 아닐까?' 그녀를 따라 펫샵의 유리 상자를 벗어났다. 꼬리를 휘저으며 뛰어다니고 싶지만, 난생 처음 겪는 바깥 세상의 소음에 귀를 쫑긋 세웠다. 그것은 나로하여금 바깥 세상에 한 발자국 내딛으려던 용기를 앗아갔다. 태어난지 겨우 두 달. 세상은 갓 태어난 냥이에게 온갖 두려움으로 점철된 곳이다. 그녀가 박스를 열고 나를 만지려고 했을 때, 나는 숨겨두었던 발톱을 꺼내 그녀를 위협했다. 그녀는 나의 위협에 "귀여워!" 소리치면서 나를 다시 상자에 넣었다. 유리 세상이 끝나자 종이 상자가 나의 세상이 된 거다. 시간이 지나니 어두운 상자 속에 혼자 있는 게 불안하다. 상자 속에서 희미하게 울었다.

내 희미한 울음소리에 그녀는 상자를 열고 손을 내밀어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미세한 떨림이 그녀의 손길에 잦아들었다.

상냥한 손길로 어느새 나는 스르륵 잠이 들었고, 눈을 떴을 땐 그녀의 방문 앞이었다.

나는 날다람쥐처럼 재빨리 상자에서 벗어나 침대 밑으로 숨어들었다.

침대 밑에서 날 선 모습으로 그녀와 대치를 했다.

'날 좀 가만둬!', '무서워'를 외치면서

그녀와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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