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로 온종일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잠을 자는 집사. 그녀는 꼬박 밤이 되어서야 움직였다. ‘사람이 고양이인 나보다 더 잘 수 있다니!’ 깜짝 놀라고 볼 일이다. 게다가 그녀는 이해 안 가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방바닥에 옮기는 것이다. 분주하게, 구슬땀을 흘려가면서 그녀가 만든 것은 침대와 바닥을 이어주는 고양이 계단이었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계단을 보면서 아주 만족한 듯이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아마도 그녀는 X-ray 상으로 아무 이상 없어서 꾀병이라고 진단받았던 내 가느다란 다리를 걱정했던 것 같다. '나보고 꾀병이라며, 왜 만들었어.'라고 양양 거리는 내 얼굴을 쳐다보며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그녀.
그녀를 선택했던 건 행운이다.
그녀를 위해 자주 양양 거려야겠다.
그녀가 있어서인지
길고양이 오빠도, 어미 고양이도 찾아오지 않는다.
모처럼 조용한 하루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