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묘연 만들기

by 이장순

빨간 고무장갑을 낀 그녀가 싱크대에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녀는 연어 캔 하나를 따서 보여준다.

“이리와 소다야! 이거 줄게. 맛있는 간식이야.”

처음에는 연어 캔을 주려고 부르는 줄 알았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연어 냄새가 내 세모난 코 근처를 살랑거리기에.

나는 그녀의 바짓가랑이를 다급하게 붙잡으며 ‘간식을 빨리 내놔!’라며 “양양”거린다.

그런 나를 냉큼 안아들고 그녀가 향한 곳은?

세상에. 물이 가득한 싱크대였다. 이렇게 많은 물은 난생처음 봤다.

따스하고 아늑한 물이지만, 젖어서 몸이 무거워지는 것도 물의 온도를 느끼는 것도 소름이 돋는다. 나는 까무러치며 탈출하려고 발버둥 치다가 그녀의 강인한 힘 앞에서 ‘그래, 맘대로 해라’하며 자포자기 했다. 향기로운 냄새가 털에 스며들고 따사로운 물이 향기를 헹궈 낼 때 난생 처음 겪어본 목욕이 끝났다. 수건으로 온몸의 물기를 닦아낸다. 아침마다 그녀의 머리에서 요란한 소음을 일으키던 ‘드라이기’라는 물건을 내 털에 들이밀었다. 드라이기의 날카로운 소음과 엄청난 바람이 날 덮치는 바람에 나는 이성을 잃고 그녀에게 빨간 상처 한 줄을 새겼다. 드라이기로부터 해방되어, 온몸의 털을 그루밍 하면서 그녀의 움직임을 곁눈질했다. 상처가 난 손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서 집사가 나갔다 들어온 것도 아닌데도 ‘소다표 이마 박치기’를 세 번이나 해주었다. 손목에 난 상처를 소독하던 그녀는 박치기 몇 번 받고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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