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 묘연 만들기

by 이장순

그녀가 내 발을 만진다. 솜뭉치를 만지며 내 눈치를 살핀다. ‘뭘 하려는 걸까?’그녀가 내 솜뭉치를 꾹 누르는 바람에 뾰족한 내 발톱이 모습을 드러냈다. “딸깍. 딸깍.” 그녀는 눈코 뜰 새 없이 내 발톱을 모두 잘라버렸다. 나름대로 스크래쳐에 발톱을 갈아왔던 나였기에, 그녀가 정성 들여 잘라낸, 방바닥에 뒹구는 내 발톱을 보면서 쓰디쓴 배신감이 들었다. 이제와서 말하건대 뾰족하고 길쭉한 발톱은 나의 자랑거리였다. 그녀가 잘라버린 발톱은 나로 하여금 사냥 도구를 상실한 맹수가 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물론 흥분해서 그녀에게 상처를 남길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방안에 침입한 벌레들과 싸움을 벌일 때, 내 짧고 뭉뚝한 발톱을 보면 그들이 날 얼마나 무시하겠어? 어쩌면 대놓고 조롱당할지도 모르겠다. 사냥을 어찌해야 할까. 정말 오랜만에 침대 밑 세상에서 웅크리고 그녀와 함께 있기를 거부했다. 침대 밑을 기어가는 사마귀에게 잘린 발톱을 보이지 않으려

발톱을 숨긴다. 그녀가 오늘은 밉기만 하다. 하지만 유유히 지나가는 사마귀를 그냥 두자니 내 안의 사냥본능이 날뛴다. 나는 재빨리 발톱을 숨긴 발을 들어 사마귀를 제압한다. ‘어라? 발톱이 없어도 사마귀를 잡을 수 있다니!’ 짜릿한 승리감이 전율을 일으킨다.

어쩌면 그녀를 조금은 봐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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