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묘연 만들기

by 이장순

비 오는 날 가출 사건이 있고난 후로 나는 우울증에 걸렸다.

나에게 짜릿함을 선사했던, 머리에 빗방울을 맞았던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그녀가 문을 여는 소리가 날 때면 나는 반사적으로 달려나가게 되었다. 또 한 번의 가출 시도에 식겁한 그녀는 대놓고 철통 방어를 하기 시작했다. 문을 생선 꼬리만큼 열고는 가방으로 남은 틈을 가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우리 집에 그녀 말고 다른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엄마일까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이모’라고 불렀다. 이모는 습식 캔을 따주고 빗질을 해주고 그녀가 없을 때 방안을 치워주었다. 냄새나는 내 똥도 말끔히 치우고 모래에 축구공처럼 감춘 내 소변 뭉치도 버렸다. 그리고 나를 이동장에 넣어 세상 구경을 시켜주었다. 이모는 나의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세상 구경을 하지 못한 탓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이모가 왔으리라. 중년의 그녀는 나를 데리고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는 커피숍에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피아노 선율에 자장가처럼 나른한 음률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는 잠이 들었다. 난생처음 내 귓가로 나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해 길고양이 오빠. 오빠와의 가출은 안 되겠다.’ 피아노 선율이 자장가 음률이 좋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기 고양이 묘연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