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시간은 집사의 시간보다 빠르다. 집사의 시간보다 빨라서 늦은 시간을 살던 고양이는 집사의 시간을 따라잡고 집사의 시간을 추월하여 집사가 겪지 못한 시간을 살아간다. 아깽이 시절이 지나고 초등시절을 맞이했다. 찌는듯한 한여름 더위 차가운 철대문을 떠나지 못하는 나를 사냥 다녀온 집사가 마중 나왔냐면 격한 포옹을 할 때면 펀치를 날려준다. 머리만 만져주면 좋은데 덥석 안고 이뻐할 때면 솜방망이로 얼굴을 때린다.
더위 식히라고 반쯤 열어둔 창가에서 비 오는 날 만났던 어미 고양이가 얼굴을 보인다. 자기를 꼭 빼닮은 아깽이를 보이면서 말을 한다.
" 울 아가! 이쁘지. 내 보물이야"
꼬물거리는 아깽이가 창틀 사이로 기어들어오려고 낑낑거린다. 창틀사이로 기어 들어와 방바닥으로 곤두박질할 것만 같아 엄마 고양이에게 소리쳤다. "아가 떨어지겠어요." 아가 고양이는 낑낑거리면 창틀을 넘으려다, 어미 고양이에게 목덜미를 물리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미 고양이는 낑낑거리는 아가고양이를 물고 눈인사를 건네고 담벼락을 넘어 사라졌다. 어미 고양이는 아가를 차 밑에 숨기고는 먹이를 구하러 골목을 헤집고 다닐 것이다. 털 한가닥 한가닥 솜이불처럼 느껴져 창문틀을 내려와 현관문에 몸을 기댄다. 현관문 밑에 대리석이 찬기운을 보내고 있다. 차가운 기운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