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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순 Mar 12. 2018

현대인의 우울증

의식적으로  생각은 안 하기로 했다.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했다.

생각이란 무의식 속에서  생각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어 생각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모순에 빠져든다. 얼마 전  창문 틈을 들어오는 소음에 견디다 못해 내과에서 신경안정제를 먹었다. 두근거림이 심장이 통해 머릿속을 침범한다. 약을 먹어도 심장은 미친년 널뛰기하듯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용기 내서 가본 정신과에서 우울증 초기 진단을 받았다. 한 달이나 한 달 반쯤 약을 먹으면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긴다나? 믿어야 하는 선생님 앞에서 머리 드는 의구심.  정말 이길 수 있을까?

생전 처음 신경과 약을 먹었다. 이십 년 동안 생각을 하다가 멈춘 느낌 나도 내가 그리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당분간은 생각을 안 하기로 했다.  생각을 안 할 뿐 나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생각을 안 하니 조금씩 나 자신이 보인다.

나는 강인하지만 약한 존재였다. 강인했던 나에게 벗어나 약한 존 제임을 인정해야겠다. 난 이십 년 동안 무수한 생각 속에 살아왔으니 적어도 남은 시간은 생각 없이 살아도 되지 않은까?

생각 없다는 것은 정말 생각이 없어지는 것일까.

무의식에 갇혀있던 생각에 침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 무엇일까.

내 생각은 약기운에 침몰해 표류되어 수심으로 사라졌으면 좋겠다. 침몰하라 이십 년의 생각의 덩어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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