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빠나콘' 열아홉 번째 이야기
내가 명상을 하는 이유
매일 아침 휴대폰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기계처럼 바로 일어나지는 못하고 약 5분간 눈을 뜬 체 만 체 몸을 뒤척인다. 벌써 하루가 고된 느낌이다. 힘겹게 일으킨 몸을 매트리스 끝으로 몰고 간다. 등을 벽에 기대고 겨우 앉는다.
자리에 앉아 명상 앱을 킨다. 이미 휴대폰에는 ‘마음 비움’ 알람이 도착해 있다. 눈을 감고, 앱이 알려주는 대로 명상을 시작한다.
명상을 시작한 지 어느덧 3주가 넘었다. 매일 10분에서 15분 사이의 명상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명상을 위해 기상 시간을 앞당겼지만, 오히려 하루의 시작은 개운해졌다. 늦게까지 자다 어쩔 수 없이 출근하는 예전보다 훨씬 에너지가 넘친다. 명상을 시작한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최근 재밌게 읽은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명상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여러 ‘거인’들은 대부분 아침 시간에 명상을 즐긴다고 했다. 나도 무작정 따라 해봤다.
명상의 장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어제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 잠시 떠올려보자. 명확하게 몇 가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한참 고민해야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쉽게 기억나지 않는다.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는 그 원인을 우리가 매일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루 동안 내게 주어진 과업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 몰두해 있다는 의미다. 아침에는 오후 과업에 대한 걱정을, 오후에는 퇴근 후 무엇을 할지에 대한 생각을, 이렇듯 끝없이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어제의 기억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어제 하루 동안에만 무수히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갔기 때문이다.
명상의 장점은 생각의 공백을 허락하는 것이다. 생각을 잠시 멈추고, 온전히 그 순간에 대해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나 같은 초보 명상러에게는 생각을 멈추는 게 쉽지 않다. 마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처럼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다른 생각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그러나 나에게 지금 어떤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특정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내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다.
설명하다 보니 마치 사이비종교 교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내가 강조하고 싶은 바는 현재를 살아가는 순간이 소중하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하루를 어떻게 살아낼지에 대한 걱정, 이런 부류의 고통으로부터 명상은 잠시 떠나게 해준다. 그래서 명상을 한 이후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은 그 전보다 힘차다.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하루의 '신발 끈을 꽉 매주는 것 같은'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책에서의 거인들도 이 점을 크게 강조했다.
흔히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모습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를 희생해 미래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에게는 진학이, 나와 같은 취준생에게는 취업이, 직장인에게는 결혼과 내 집 마련이 흔히 그 ‘미래’로 표현된다. 이러한 논리에 몰두한 사람들은 자신이 정말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정도가 심해지면 작은 시험 하나에 떨어지더라도 자신을 소위 ‘망캐(망한 캐릭터)’로 비유한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모든 것들을 부정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미래로 둬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명상은 미래에 쏠려 있는 그 왜곡된 시선을 조금이나마 현재로 되돌릴 방법이다. 지금 내가 내쉬는 숨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명상을 통해 깨닫는다. 그리고 그 의지를 이어받아 매 순간의 결정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는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오리지널 시리즈 크리에이터 스포트라이트 ‘백종원’ 편에서는 백종원의 성공 스토리가 나온다. 위대한 기업가를 꿈꾸며 전전긍긍하며 살던 백종원은 IMF로 인해 경영의 큰 위기를 겪는다.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식당 한 곳이었는데, 그는 성공한 기업가가 되겠다는 꿈을 잠시 접어둔 채 식당 살리기에만 몰두한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에 집중하는 선택을 한 그는 결국 성공한 기업가가 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목표가 어디 지라고 계속 위를 쳐다봤는데, 목표를 놓고 가다가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껴버리면 이 과정 자체가 여기서도 재밌고, 내려와서도
재밌고 그 (이름을 남겨야겠다는) 욕심이 없어진 게 제일 커요.”
찬란하지만 아득한 미래를 꿈꾸며 괴로워하는 것보다, 소박하지만 가까운 행복을 찾는 현재를 사는 삶이 더 값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