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인 선(최수인)은 단체 운동경기를 할 때조차 같은 편이 없는 외톨이다. 친구가 필요한 선은 전학 온 교실을 서성이던 같은 처지의 지아(설혜인)와 만나고, 둘은 서로의 결핍까지 공유하는 가까운 사이가 된다. 하지만 이들 앞에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생존경쟁이 기다린다. 인간관계로 서열이 뒤바뀌는 전쟁터에서 두 사람의 비밀은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고 뒤틀린 관계는 흉터를 남긴다. <우리들>은 교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린이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았다.어른이 배제된 세계를 그려냄으로써 자칫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아이들의 감정변화를 돋보이게 했다.
영화는 철저하게 어린이의 시선에서 생존경쟁을 그려낸다. 어른은 등장하지 않거나 무능력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영화 초반, 보라(이서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선이가 찾은 낯선 집에서 카메라는 집주인 얼굴 대신 실망한 선이 얼굴을 담아낸다. 키가 작은 배우들에게 맞춰 카메라를 낮게 세팅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른들은 주로 앉은 채로 주인공과 대화를 나눈다.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해야 할 선이의 담임 선생님은 피구 경기에서 친구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불안해하는 선이를 보고서도 어깨에 살짝 손을 얹을 뿐 별다른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 선이와 지아가 싸웠을 때도 “말을 해야 선생님이 알지”라고 뒷짐을 진다. 돈이나 가족의 사랑처럼 갈등의 씨앗이 된 결핍의 원인 제공자도 어른들이지만 어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어른이 배제된 영화 속에서 갈등은 온전히 아이들이 해결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감독은 은유적인 표현방식을 사용해 감정전달에 서투른 어린이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김밥, 손톱 같은 소재가 대표적인 예다. 선이가 지아를 생각해 엄마에게 요구한 오이김밥은 역설적으로 선이와 지아의 관계를 어긋나게 만든다. 선이와 선이 엄마와의 친근함이 부러웠던 지아는 선이네 집 선풍기 앞으로가 덥다며 은근한 핀잔을 준다. 봉숭아 물을 들인 손톱을 매니큐어로 덧칠하고 다시 그 속에서 희미한 봉숭아 물 자국을 발견하는 선이를 비추는 장면 등으로 아이들만의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표현했다.
장면 하나가 기억에 남는다. 시험에서 1등을 놓치지 않던 보라가 처음으로 지아에게 1등을 뺏겨 슬퍼하는 장면이다. 보라는 학원에서 울고 있는데 보라 어머니는 선생님에게 보라가 학원에 왔는지 묻는다. 자식의 마음도 몰라주는 보라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보라의 감정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렇듯 감독은 의도적으로 어른의 존재감을 지워 관객이 어린이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아이의 감정에 무게감을 더하는 방법이다. 감독이 보인 '배제의 미덕' 덕분에 관객은 작품에 더 몰입할 수 있다. 울고 있는 보라의 모습을 통해 보라가 그동안 느꼈을 설움을, 지아가 금을 밟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선이의 모습에서는 우정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