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3월 이야기
6/
연인 사이에 설렘이 없어도 만날 수 있을까. 부부는 대부분 정으로 살아간대. 문득 드는 생각에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설렘이 없어도 만날 수 있을까?"
"엄마를 보면 설레?”
"아니"
"그래도 엄마를 사랑하잖아. 설렘이 다가 아냐"
역시 넌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명쾌한 대답을 해준다.
7/
다소 남에게 무심한 내가 너에게도 그럴 때가 있나 보다. 날이 서 있거나 영혼 없는 대답을 할 때. 네가 부르는 노래.
"넌 나쁜 계집애~ 넌 나쁜 계집애~"
“나 들으라고 부르는 거야?”
“꼭 그런 건 아닌데. 넌 나쁜 계집애~”
8/
우리를 그리고 싶은 이유는 하나다. 스쳐가는 감정을 나중에 함께 꺼내보자. 언젠가 네가 너무 미울 때 이 일기를 보면 미운 감정이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9/
나의 취미 중 하나인 질문 카드. 질문 카드를 사용하면 평소에 떠올려보지 않았던 물음표를 던질 수 있다.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어? 상상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대”
"우리가 다시 만나기 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다 지우고 싶어"
"올. 백점. 다음 질문."
마세라티 사고 싶다고 할 줄 알았는데.
10/
서른 살이 다가올수록 감정도 일상도 건조해져 간다.
너를 만날 때는 모든 게 다채롭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감정이다. 과제 하나에 밤을 새우고, 실수로 날아간 과제에 울고, 수업이 끝나면 네가 우리 학교에 올 때까지 과방에서 화장을 하고, 화가 나면 너를 지하철에 버리고 왔던. 감정에 충실했던 때. 그때 만났던 우리처럼.
11/
"너는 왜 이렇게 나를 좋아해?"
"그러게 왤까"
“예뻐서 그런가”
“예쁜 건 맞지. 근데 이유가 되진 않지”
다행이다. 이유가 있는 연애는 그 이유가 사라지면 헤어진대. 페이스북에서 봤어.
#그날의우리를그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