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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이든소년 Oct 02. 2024

0. 서문

결혼 3개월 전에 찾아온 위기와 현실

 2018년 9월 어느 날 아침,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혼식을 3개월 앞두고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던 나의 삶은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자마자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전까지 ‘집 사기 힘들다.’, ‘서울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나 하고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집을 사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한 집에서 전세로 살았던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내가 직면할 현실적인 돈 문제에 대해서 똑바로 보거나 얘기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일까? 사건의 발단은 결혼을 3개월 앞두고 있는 예비 신부였던 아내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엄마가 집을 사래. 집도 못 사면 어떻게 살 거냐고 해. 우리 어떡해?” 언제나 든든한 남편이고 싶었던 나는 처음으로 무너졌다. 내가 가진 돈으로는 서울은커녕, 경기도에서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혼자 살고 있던 17평 오피스텔에서 같이 살 생각이었다. 원래도 신혼부부가 살았던 곳이고 예비신부나 나나 출퇴근이 평균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반대에 부딪친 것이다. 결혼식을 올리고 발을 내딛는 신혼부부는 말 그대로 시작점이지 않은가. 처음부터 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집을 살 수 없는 내가 살아온 30년의 삶이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인생이 모두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삶은 대학교 입학이나 직장 입사가 행복을 담보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많은 것들을 배우지만, 정작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은 알지 못 한 채 세상으로 나왔다. 눈앞에 주어진 목표를 좇기 위해서 10대와 20대를 바치고 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으로 나와있었다. 내가 경험한 세상은 이전에 배운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 그 새벽 내내 한 고민은 당장 해결되지 않았다. 결혼생활 초반동안 우리 부부의 끊이지 않는 갈등 문제였다. 대체 집이 무엇일지 아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니 집은 안정감이었다. 더 이상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는 내 집이 있다는 생각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것이었다. 납득이 되긴 했지만 동의하진 못했다. 진정한 안정감을 주는 것은 나의 능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능력이 있으면 월세를 살든, 자가를 살든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이건 이성적인 생각일 뿐, 심리적 안정감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 후 6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은 것은 부동산만이 아니었다.


 지금은 술을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 않지만 대학생 시절 술게임을 하면 항상 듣던 멜로디가 있다. ‘마시면서~ 배우는~ 랜덤~게임!’ 술게임은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룰을 모른다 해도 개의치 않는다. 재빨리 눈치껏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익혀야 한다. 운이 좋다면 한 번쯤은 게임의 방식을 알려줄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계속해서 술을 마시기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내가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세상일을 겪어보니 이외 비슷한 측면이 있다. 부동산 계약도, 주식 투자도, 누구 하나 알려주지 않았다. 모르는 것은 알 때까지 알아보고 아는 것만 투자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는 돈과 시간을 잃고, 의도치 않게 몸으로 익혀야 하는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쓰디쓴 투자의 실패를 맛보며 교훈을 남기는 선에서 끝난 것도 있지만,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투자도 있었고, 제 발로 깡통전세를 살면서 전세 사기 현장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소중한 시드머니를 몽땅 날릴 수 있던 아찔한 순간들이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마시면서 배우던 술게임처럼 내 돈과 몸, 그리고 마음을 대가로 지불하며 세상 사는데 필요한 지식을 알아가고 있었다. 술게임은 반드시 술을 마시면서 배워야 할 필요가 없다.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똑같다. 인생은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알아갈 수 있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실제 세상이 어떠한지를 제대로 알려주고, 누군가로부터 그곳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나간다면 말이다.


 늑대와 빨간 모자를 쓴 소녀, 그리고 사냥꾼이 나오는 「빨간 모자」 이야기는 다들 기억할 것이다. 할머니를 잡아먹은 늑대가 빨간 모자 소녀까지 잡아먹었으나, 지나가던 사냥꾼이 발견하여 할머니와 빨간 모자 소녀 둘 다 구출된다는 동화이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흔히 들어왔고, 지금도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역사학자인 로버트 단턴의 책 <고양이 대학살>에서 살펴본 바로는, 실제로 농민들이 자녀에게 전해주었던 18세기 판본에서 사냥꾼이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빨간 모자」 이야기는 그림 형제에 의해 약간의 각색을 거친 버전이다. 실제 이야기는 충격적 이게도 늑대에 의해 빨간 모자의 소녀가 잡아 먹히는 것으로 끝난다. 당시 농민들은 거친 바깥세상을 있는 그대로 자녀들에게 전달해 준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자녀들은 다시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전승해 주며 자녀들이 세상을 똑바로 직시하길 원했다. 나 역시 내 자녀들에게, 또는 다음 세대에게 '사실 세상은 이런 곳이고, 이런 지식이 필요해'라고 알려주기 위해 이 글을 적는다. 총 6장 15개 챕터로 구성될 이 글은 이미 세상의 풍파를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예비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1장은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2장부터 5장까지는 각 장의 주제에 맞는 세부 사항들을 알아볼 것이다. 마지막 6장은 운과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환경 설정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하려 한다.


 2024년 9월 29일 저녁 9시에 나는 앞으로 이 글을 읽고 인생이 바뀔 당신을 기대하며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당신을 위해 작성한 이 글은 내가 20년 동안 받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우지 못한 것이고, 사회에 진출한 후 10년 동안 배운 것을 정리한 것이다. 각 주제들의 세부 내용을 몰랐던 과거의 나는 근심에 휩싸인 채 뜬 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고, 자기 자신을 부정당하는 느낌으로 펑펑 울어보기도 했으며, 운전하는 차에서 교통사고가 나길 바라기도 했고, 다가오는 경차에 뛰어들까 고민하기도 했다. 같은 공간에서 일하던 동료가 자신의 의지로 숨을 거두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 잘못된 투자로 인해 극심한 불안과 우울로 고통스러워하는 동료들을 여럿 봤다. 동시에 나의 조언으로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 억 원까지 이득을 보거나 삶에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 부디 이 글의 필요한 부분에서 도움을 얻은 당신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럼 바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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