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사전적 정의에 따라 직업을 명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 이 글에서 말하는 직업은 의사, 교사, 변호사처럼 전문직이나 경찰관, 군인 같은 공무직, 일반 사무직으로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직업의 사전적 정의를 다시 살펴보자.
먼저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생계를 유지하지 위해서는 소득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소득인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적어도 국가에서 파악하고 있는 평균값은 존재한다. 바로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이다. 물론 도시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가구 수를 기준으로 나누기에 사회초년생에게 적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략적인 금액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2023년의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1인 기준으로 348만원으로, 연봉으로 계산할 경우 4,200만원 수준이다. 2인이라면 월평균 소득은 541만원이다. 2명이 모두 일을 하는 경우 개인당 월소득은 270만원이며, 이는 연봉 3,300만원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혼자 연봉 4,200만원을 버는 것과 둘이서 각각 연봉 3,300만원을 버는 것이 비슷한 수준의 평균값인 셈이다. 만약 내가 연봉이 3,300만원인 1인 가구라면, 월평균 소득인 4,200만원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연봉을 27% 올려야 한다. 그게 아니면, 나와 비슷한 연봉을 받고 있는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이 있다.
다음으로 직업은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활용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한다. 이 대목에서 ‘정체성 자본’이라는 개념을 소개하려 한다. 정체성 자본은 나의 정체성을 계속 쌓을 수 있는 활동이다. 2015년 상반기에 나에게는 2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대형 언론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전업으로 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한 달 소득만 따진다면 후자가 전자보다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입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언론사의 인턴은 사회 생활을 경험하고, 언론이 어떤 원리와 방법으로 움직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당시에 나는 눈 앞에 있는 현금보다 앞으로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선택했다. 이 선택은 나에게 중립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언론의 기사를 바로 볼 수 있게 도왔을 뿐만 아니라, 그때 훈련한 글쓰기 방법을 통해 지금도 글을 쓰고 있다. 또한, 이 독특한 경험은 회사 면접과 입사 후 생활에서도 나에 대한 긍정적인 첫인상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
게다가 직업은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이다. 잠깐 일하고 그만 두는게 아니라 꾸준하게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나를 비롯한 평범한 직장인들이 명사로 존재하는 직장이 아닌, 동사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회사의 사정이 안 좋아지면,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진행해야만 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연령이나 연차별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미국은 사업 프로젝트 자체를 종결하면서 그 안에 있는 직원들을 모두 해고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테슬라는 슈퍼차저를 비롯한 충전 설비 관련 부서를 없애면서 관련된 모든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한 바 있다. 한국은 미국보다 노동법이 강하기에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겠으나, 일부 스타트업은 절반 이상의 임직원들을 권고사직한 바가 있다. 경영진과 주주들은 회사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겠지만, 이런 일은 생각보다 이미 가까이에 와있다.
무엇보다 직업은 결국 일이다. 일에 대한 직·간접적인 동기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의 저자 닐 도쉬와 린지 맥그리거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의 조직문화를 분석하면서 일의 동기를 6가지로 구분했다. 직접동기는 일의 즐거움, 일의 의미, 그리고 그로 인한 개인의 성장이다. 간접동기는 경제적 압박감, 정서적 압박감, 타성이다. 각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직접동기가 강할 수록, 일하고자 하는 열정이 커진다. 따라서 내가 일하면서 즐거운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고려하면서 직업을 가져야 한다.
작년 11월에 발표한 ‘2023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별 희망 직업 상위 10개가 위와 같이 나타났다. (‘생명과학자 및 연구원’은 의과학자, 의약품연구원, 생명공학자 등을 포함함) 20년 전, 내가 학교를 다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희망 직업군이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있다.
희망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인상적이다. 모든 학령층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가 1위로 꼽혔다.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갈 수록 비율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 스스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