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이든소년 Oct 07. 2024

1-1. 사명

미래의 나로 살아가기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모든 어려움을 어떻게 해서든 견뎌낸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순간을 이야기하면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시간이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포함,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곳곳에 세워진 유대인 수용소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기는 특별히 기록이 남아있는 덕분에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일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였던 프랭클은 1942년에 결혼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이 모두 체코의 한 수용소로 끌려갔다.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러면서 놀라운 발견을 했는데, 며칠 혹은 몇 달 안에 삶을 마감할 것 같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수 있었다. 계속해서 삶을 살아갈 사람들은 눈빛이 달랐다. 그들에게는 현재의 절망적인 상황을 버텨낼 이유가 있었다. 반면에, 무력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지속할 이유가 없었다. 이러한 차이는 수용소 상황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프랭클은 <의사와 정신>이라는 책을 출판하고, 아내와 가족을 만나겠다는 결심 덕분에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서 출판 준비를 마친 원고를 빼앗겼다. 나는 그 원고를 반드시 다시 쓰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이 원고를 새롭게 쓰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 덕분에 나는 강제 수용소에서 모진 고초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변함없이 목표의식은 존재한다. 다음의 질문에 한 번 답해보자.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것들>을 기획할 때부터 가장 처음 얘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사명이었다. 사명은 단순하게 특정한 직업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직업은 사명을 이루는 수단일 수 있어도, 그 자체가 사명이기는 어렵다. 사명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 또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지금 당장 배가 고픈 사람은 밥을 먹는 것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밥 먹는 것 외에도 할 일이 있겠지만, 배가 고픈 상태에서는 다른 일보다 밥을 먹는 게 우선순위가 된다. 잠을 자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본능적인 욕구인 수면욕과 식욕보다 더 중요한 욕구가 있다. 그것이 바로 사명으로 이어진다.


 사명의 개념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도 있다. 작년에 화재가 된 책 <퓨처셀프>의 저자 벤저민 하디 박사는 내가 되기를 바라는 미래의 내가 지금을 살아간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를 꿈꾸는 한 청년이 있다고 해보자. 이 사람은 자신의 10년 뒤 모습을 상상한 다음, 그렇게 상상한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라면 오늘 무엇을 할까? 퇴근하고 집에 와서 유튜브를 보며 잠자기 전까지 시간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자신만의 글쓰기를 해나갈 것인가? 또는 연초 새해 계획을 세울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운동하기’를 가정해 보자. 운동을 통해 내가 꿈꾸는 모습이 체지방률 10% 초반대라면, 체지방률 10% 초반대의 미래의 내가 오늘 저녁에 운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누워서 폰을 볼 것인가? 사명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선은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해 보자. 물론, 상상은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상상력을 키우고 싶다면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알아가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정확하게 그렸다면, 이제 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에게는 5년 뒤에 책을 출간하겠다는 미래의 모습이 있다. 그때에도 일을 하고 있겠지만, 동시에 작가의 삶을 살고 있을 미래의 나는 틈만 나면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늦은 저녁에도, 주말에도, 쉬는 날일 수록 더욱 몰입해서 글을 쓸 것이다. 이것은 나의 사명이고, 내가 바라는 미래의 모습이다.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미래에 작가인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책만 출간하는 모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전개될 글을 통해 다양한 미래의 나를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명 덕분에 나는 오늘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번 글을 통해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 이유를 찾고, 계속 실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추신. 며칠 동안 이어지는 고열과 소화불량으로 인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어서 글을 쓰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다 양질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회복에 신경 쓰면서 더 정성스러운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02화 1. 정체성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