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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Jan 10. 2020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이번 정차역은 미긍 세상..’

-‘나와 다른 너를 어찌 바꾸려 하는가?!’


제 나이가 60이 되기 전에
 30, 40대에는 저도 빨리 가려는 욕심에
과속도 많이 해봤지요. 하지만 빨리 가는 게
돌아가는 만 못하더라고요. 허헛..”

엄마 차를 운전하던 대리운전기사가

 본인이 겪어온 '삶'을 말한다.


이날 우리 모녀는

검진을 하기 위해 안과에 들렀다.

눈 상태를 검진받기 전 안약을 삽입해야 한다.

그걸 넣으면 세상이 더 희뿌얘지는 게

기분이 나쁘다.


한참을 그러고 나면

눈 상태를 촬영하고 안과의의 설명을 듣는다.

나의 눈 상태야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좋아질 것도 없는 상태.


엄마도 눈에 

안약을 넣고 함께 검사를 했다.

나는 사고 때문에 안 좋아진 시력이지만

 엄만 과거에 아주 좋았던 시력이

내 사고를 지켜보면서 스트레스로 생겨난

‘안구질환’이라 늘 마음이 쓰리다.


어쨌든 안구 검사로

엄마의 운전이 어려워져서

오후에 대리운전을 호출했다.


신사 역 방향에서

운전대를 잡은 대리기사는

 서서히 주행하는 운전으로

우리 모녀를 편안하게 했다.

 

엄마가 그의 운전 매너를 칭찬하자

그가 웃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말을 정리하자면

90년대 초에 사업으로

 LA로 이민을 갔는데 그곳 사람들과

너무 달라서 힘들었단다.  


이민생활을 하면서
도무지 말도 안 통하고.
길을 걷다 보면 왜 이렇게 사람들마다
나와 어깨를 부딪치는지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허허..”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당시 우리나라에선 ‘좌측통행’을

강조했는데 LA에선

 ‘우측통행’이 일반적이어서

자신과 어깨를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고.

그리고 그가 말을 더 보탰다.   

   

자신의 아들이

그곳에서 유년시절부터 학교생활을 했단다.

어느 날 아이가 아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길래

 잘못을 지적하는데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단다.


한국에서 같았으면 고개를 숙이며

 ‘잘못했어요..!'가 당연 치 않은가.

이곳으로 이민 와서 아이도

 버릇없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아빠가

아이를 더 다그치자 아이가

풀이 죽은 작은 목소리로 하는 말.


요즘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어른이 잘못을 꾸짖으면
그의 눈을 피하지 말고 응시하며
꾸중을 끝까지 잘 들어야 한다고요.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나의 잘 못을 이해해야 한다고요.”


아이의 설명을 듣고 나니 

자신이 부끄러워졌다며 그가 웃는다.  


그런 문화 차이를 느끼며

본인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을

 교정시키려는 노력보다 자신이 상대방을

이해하는 게 훨씬 편안해진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그의 운전하는 모습에는

여유와 양보가 함께 한다.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 대리기사님의

차분한 목소리와 운전 매너가 집에 오는 동안

하루 종일 눈 검사로 지쳤던 엄마와 나에게도

커다란 휴식이 되었다.


집에 도착해서 엄마가

 운전 편안하게 잘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대리 운전비 2만 원에 잔돈이 얼마 안 된다며

4000원을 더 얹어드리자

그가 또 기분 좋게 웃는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유럽에서도 팁은 5~10%인데 

한국에서 팁을 20% 주시다니..
 모녀분을 모시면서 저도
 기분 최고였네요 허헛”  

차량 운전은 해 본 적 없고

 앞으로 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림으로 모두의 마음을 운전해야지.


이번 정차하실 역은..
'미긍 세상...'
 긍정이 필요하시면 
              내리시던지~.
-이곳은 '미긍세상!'(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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