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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Jan 12. 2020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이제 눈동자가 움직인다?!’

- '만보 걷기'를 쉬지 않았다. 8개월이 흐르고 기능을 되찾는  중.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음... 예전보다

더 예뻐졌나? 하하"     


나아진 게 없냐는 나의 질문에

삼계탕 다리를 뜯던 그가 웃으며 말한다.


 그와 능이버섯 삼계탕 집을 찾았다.


 점심시간 우리 동네로 온 그는 정찬용 영어 멘토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저자)다.                     


 "에이~ 그런

'사회생활 멘트' 말고요~     

저의 변화를 진짜 못 느끼세요?"  

   

그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동안 나를 찬찬히 관찰하다가 대답한다.     


 "이제 미긍 오른쪽 눈동자가

 약간 움직여요. 눈도 깜빡이고..

제 말이 맞죠?"               


나는 대답 대신 풋고추를 쌈장에 찍어     

그를 보며 활짝 웃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우리가

 좁은 골목을 걷는데 과일가게 아저씨가

 오른편에서 튀어나오는 걸 보지 못하고 살짝 부딪쳤다.     


오른쪽 눈동자가 움직인다고

 다시 제대로 보는 건 아닌가 보다.    

-여름을 보낸 어느 날 (19)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시각

 곁에 있는 모바일 시계를 확인해보니 4시 45분.     


어젯밤 감기 기운으로 

목이 칼칼했지만 감기약을 먹지 않았다.

 혹시라도 약기운에 늦게 일어날까 봐.    

           

해가 뜨기 전 일어나야 할 

중요한 일정 때문이다.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양치질만 하고 

준비를 서둘렀다.    

 

회색 민소매 티로 갈아입고 추리닝 긴바지를 입었다

그 위엔 오래전 구입한 하얀색 후드 집업을 입어 

지퍼를 채운다. 이게 끝이 아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사과 반쪽을 먹고 건강식품인

 '에너지 차'에 소금 반 티스푼을 넣어

 뜨거운 물에 녹여 마신다.

짠 음식이 아무리 몸에 좋지 않다고 해도

 몸에 필요한 나트륨 일정량은 섭취해야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그리고는 얼마 전 걷기 운동을 하다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해 넘어져 다친 손가락에

 빨간약과 연고를 발랐다. 마지막으로 

하얀 선캡을 눌러쓰고 

모든 준비를 마친 시각 5시 20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현관 바깥 유리창을 보니

 아직 어둠이 어스름이 남아있다.               

"흐음~ 후우~"     


새벽 공기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언젠가부터 이 새벽 냄새가 좋아졌다.

이제 보라매공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공원의 걷기 운동하는 트랙까지 

빠른 걸음으로 20여분 걸린다.

(2400~2500보) 걷기 운동 트랙의 시계탑에 도착한 시각이 5시 43분.

         

이제 시작이다!

 트랙의 한 바퀴를 도는 걸음 수가 850보.

한 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단축되었다.

 걷기 트랙 왼쪽이 빠른 걸음,

오른쪽이 느린 걸음으로 나뉘는데 

이젠 빠른 걸음 코스에 끼어도 무난하다.


예전에는 잘 모르고 

빠른 쪽으로 걸었다가

 뒷사람에게 민폐가 될 만큼 

다리를 많이 절어 걸음이 느렸다.

 하지만 꾸준한 운동은 손상된 다리에 근육을 만들어 채워주었다.


 6시가 되니 어느덧 걷기 트랙 주변

세 곳에서는 아침 체조 무리들이 몰려와

저마다 음악을 틀고 구령을 맞춘다.


먼저 제일 인원이 많은 곳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헛 둘, 헛 둘~"     


자주 들리는 노래.

체조에 참여하는 대부분이 

중 장년층이라 그러리라.


빠른 걸음으로 

6분씩 4바퀴를 돌다가 5바퀴가 되는

 3/2 거리는 속도를 낮춰 걸으며 

호흡을 충분히 길게 내쉬었다.


 이때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제 6바퀴 지점부터는 다시 속력을 낸다.

보통 8~10바퀴를 도는데 다 돌고 나면 

7시가 채 안 된다.

 다 걷고 나면 만 이천 보정도 된다.

       

"아유~ 오늘도 

일찍 나왔네요..?

아가씨 요즘 걷는  

너무 좋아져서 보기 좋아!     

내가 나오기 싫어서 늦잠 자고 싶어도

 아가씨 생각하면서 나오지?~"

    

걷기 운동 초반에

내가 걷는 모습을 안타깝게 봤었다는

 60대 중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아침인사를 건넨다.   

       

운동 기구가 있는 곳으로 가면

 사람들이 꽤 많이 북적인다.   

  

좀 기다렸다가 트위스터 기구에서

 허리를 좌우로 100번 돌린다.  


다리 근력운동을 할 때도 요령이 생겼다.

 왼쪽에 비해 짧아진 오른쪽 자리를 살짝 높여

 균형을 맞춰야 수월해진다.


이렇게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병원 치료에만 의존하던 나의 과거 모습은

아마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아구~ 뼈가 또

이렇게나 틀어졌네요.     

좀만 참으세요.”     

... 우드드득.. 뿌드득..     


 “으으.. 아앗

너무 아파요!ㅠ”    


그동안 열흘에 한 번은

 접골원을 찾아 틀어진 뼈를 교정받았다.            


이렇게 틀어진 뼈를 바로 잡지 않으면

오랫동안 의자에 앉는 것이 괴로워진다.

언젠가 치료받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평생 이렇게

치료에만 의존해야 할까?’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자세는

나처럼 틀어진 골반에 치명적이다.


예전에 중요한 부분이었던

 '접골원' 치료와 한의원 ‘추나요법’ 등은

 이제 걷기 운동으로 대신 채워졌다.     


이제 그림 작업에 열중해도 목과

허리가 불편하지 않으니 그것만으로 감사!    

           

그리고 얼마 전부터 걸을 때

오른쪽 발 뒤꿈치를 땅에 디딜 수 있게 되었다.


 걸을 때 발을 땅에 잘 딛지 못하는 게 사고 후

 0.8mm 정도 짧아진 다리 기장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리에 딛는 힘이 생기니 

기장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나의 오른쪽 눈을

 깜빡일 수 있게 만든

가장 중요한 순간이 남았다.

 나무가 많이 우거진 곳으로 간다.


그리고 높은 나뭇잎들을 한참을

 찬찬이 올려다본 후 눈을 아래로 내리 깐다.

 좌우, 위아래, 시선을 오른쪽으로

 크게 돌렸다가 왼쪽으로 크게 돌리는

 이 동작들을 10번씩 반복한다.


그동안 컴퓨터 일러스트 작업에 

혹사됐던 눈에서 치유의 눈물이 흐른다.

이렇게 눈물을 쏟고 나면 

한 결 가벼워진 시야가 느껴진다.  

              

이렇게 운동을 

8개월간 쉬지 않았다.


운동을 새벽에 진행하게 된 이유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다.     


내 눈은 빛에도 예민해서

선캡을 써도 강한 볕이 눈을 찌른다.

평소처럼 운동하면서 

선글라스를 쓰기도 불편하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볕이 없는 새벽을 택하게 됐다.

그 이후엔 해가 짧아져서

낮에도 햇볕을 받으며 하고 있다.     


요즘 초미세먼지가 많은 날이 많아졌다,

 이런 날씨엔 외부에서 걷기보다

 실내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


걷기 운동은 집 근처

피트니스에서 러닝머신으로 대처한다.

스트레이칭으로 몸을 풀어준 후

 런닝머신을 40~50분 동안 진행하는데

기구에 올라 8분동안은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력으로 빠른 걷기를 한다.

 2분 천천히 걷는 속도로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속력에 차이를 두는 게

 체내의 땀을 배출하는데도 효과가 있다.

-더 채우기 위한 '휴식~^ ^'(20)


이제 눈 운동 마무리는

 집으로 돌아와서다.


저녁 8시 뉴스를 챙겨본다.

왜 ‘뉴스’냐고?


뉴스엔 눈 돌아갈 놀랄 일들이

 매일매일 쏟아지니까.    


정치권에만 뛰어들면 평범한 이들도

어쩜 이리 이상해지시는지. 쯥.   

누구는 평범해지려고

이렇게나 애쓰는데 말이다.  


어쨌든
 눈 돌아가는 뉴스로
 ‘눈 운동’ 시켜주니
 감사해야 하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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