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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Jan 17. 2020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엄마의 ‘아픈 손가락’

-보살핌이 필요한 ‘장애’가 있는 자녀들.부모에게 '아픈 손가락'이다.

  

앞을 제대로 못 보게 되니


 지금도 부딪치고 넘어지는 게 일상이다.


고로 나는 울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엄마를 보며...

             (2016)    

               

                


“자~ 어서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해야지~전에
 미긍 작가님 뵌 거 기억하지?”    

            

20대의 나이가 무색하게

 그의 곁에서 하나하나 아이처럼

챙기는 그의 모친이다.

혜화에 있는 전시장에서 정도윤 작가와

2인 전을 했다. (2016)   

   

정 작가의 자인이 나에게 오더니

 그의 엄마의 지시대로 고개를 꾸벅 숙인다.      

내가 웃으면서 그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우와~ 진짜 잘 생겼다!
연예인 외모인데?!
반가워요~”      



그가 다시 말없이 해맑게 웃었다.

 훤칠한 키에 뽀얀 피부로

그야말로 훈훈한 외모.


인형 공예 태현 작가다.

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그가 만든 종이공예 인형들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내가 다시 그에게 말했다.    

      

“나중에 시간되면
 내 모습으로도 인형 하나
 부탁해요! 힛~”


그러자 그가 갑자기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린다.      

그 모습에 가져온 인형을 찾아주려나 했다.

그런데 곁에서 그의 엄마가

그의 말없는 행동을 해석해준다.    

  


“아.. 미긍 작가님이

 좋은가 봐요.얘가 외부에서는

 인형작업 안 하는데.. 미긍 작가님 인형을

만들려고 하네요. 호홋~”

         

‘우아! 진짜 기분 최고!’  

        

한동안 나를 빤히 관찰하던 그가

이제 빠른 손놀림으로 종이를 오리며

인형의 몸 틀을 만들기 시작한다. 팔다리도 만들고

 내 얼굴을 다시 보더니

인형얼굴에 안경까지 씌운다.


 그렇게 30여분이 흘렀을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긍 인형’이 탄생했다!

인형은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도록 균형이 잡혔다.    

 

게다가 인형의 치마를 들춰보면

 하얀 팬티도 입고 있다. 이렇게 세심하게

 하나하나 종이로 만들어 내다니

넘 신기하고 고맙다.

 

미긍 인형의 값으로 

비싼 뽀뽀를 ~♡ ㅋ          


찬찬히 다시 보니 

짧은 치마를 입은

 인형 허벅지가 무지 두껍다.      


관찰력도 예리한 녀석.;


미긍 인형은 지금도 내 작업실

 

창틀 위에 웃으면서 서있다.              

 -종이 인형 공예 태환 작가와 함께                              


“안녕하세요? 이곳
실로암 미술반에서 활동하시죠?
 저희 기관에도 함 들러주세요.
 호호..”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녀가

 나에게 작은 안내책자를 건네준다.      

집에 와서 책자를 확인해보았다.

 ‘강남장애인복지관’이 개설되었다고?      


사실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미술반이 없어지지 않았다면 굳이

 그곳을 찾아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 ‘강남장애인복지관’이라고 했을 때 막연히

 2호선 강남, 선릉 역 부근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막상 찾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교대 역에서 3호선을 갈아타서

 일원 역이라고..?    

 

특히나 잘 못 보게 되면서는

 걸음 수나 내려가는 계단 수,

길의 굴곡 정도 등을

미리 외우는 게 편한데

처음 가는 길은 겁이 난다.


갈아타는 구간도

 깊이 내려가야 하고 넘 복잡해.

하지만 늘 하던 대로만 해서는

나를 채울 수 없으니.


힘내서 ~!   


   

지하철 3호선 일원 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통하면 강남장애인복지관의

입구와 가깝다는 설명을 복지관직원과

통화를 하며 미리 들었다.


처음엔 엘리베이터와 연결되는

구간도 찾기 힘들었지만

 내가 지니고 다니는 생활 속

 '돋보기'를 활용하면

구간의 연결되는 번호를 찾기가

수월해진다.


그건 바로

 '핸드폰 카메라' 기능이다.


카메라 화면을 보면서 손으로

 

확대하면 작은 글씨도 보인다.      


그렇게 두 시간여 만에 찾은

 

강남 장애인복지관.  

   


개설한지 얼마 안 된

 

그야말로 기구들마다 다 비닐이 붙은 새 거다.


 화장실과 기구들도

휠체어를 타고 이용이 용이하도록

낮게 설치되어 있고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말고 비탈로도

층 마다 연결이 되어있어

휠체어로 건물을 오르내린다.


 그때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안내책자를 나눠준 여직원과

눈인사를 하고 다른 직원에게

소개 되었다.  

    

"안녕하세요? 김지수 입니다.
 현대미술 작가로 활동했고요.
신인 장애인작가 지원을
도와드려요. 호호.."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밝은 인상의

 단발머리 문화 예술 팀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이

 인사를 한다.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 거리는 멀고 힘들지만

 일단 참아보는 걸로.ㅎㅎ!   


        

나중에 그림 작업은

일러스트학원에서 하게 되었지만

강남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첫 번째 개인전을

 열 수 있게 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장애인작가 지원을 받아

 전시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고 일주일을

복지관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전시지원 신청’을 했다.


 신청도 무사히 통과 되어서 첫 개인전 이후에

다른 발달장애인 작가와도 전시를 하게 된다.

그리고 센터를 통해 ‘발달장애지원센터’와도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장애인복지기관들이

기관마다 서로 연결되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와~! 미긍 작가님
 그림들이 너무너무 좋아요!
 저희 센터와도 이미지가 잘 맞고요!”


 강남장애인복지관을 통해
  ‘발달장애지원센터’ 직원들이 나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나 그때
100장 드로잉 숙제를 하며
 여러 아이모습을 볼펜드로잉으로
많이 그렸으니 발달장애 아동들 모습과
 연계했나보다.
               

결국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오픈 행사 책자 표지로 나의 그림

 ‘너희들의 꿈’을 재능기부하게 되었다.

-너희들의 꿈 (2013)


또 미긍 그림 두 컷으로 발달장애센터의

 쇼핑백을 만드는 것도 허락했다.

쇼핑백을 두꺼운 누런 갱지로 사용하면

그림이 더 돋보일 거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센터의 홍보 쇼핑백으로

초기에 한 차례만 사용될 줄 알았다.


그런데 2014년 초봄

센터가 오픈해서 작가의 동의 없이

연속해서 사용된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다.


지인을 통해

3년 이상 홍보 쇼핑백으로

사용되고 있단 걸 알게 되었을 땐

좀 황당했다. ㅠ

그렇다고 좋은 일에 쓰이는 걸

 그만 사용하라고 하기 곤란한 노릇.


‘재능기부’라는 개념을

 ‘장애인 지원단체’에서 너무 당연히

남용하네. 씁쓸하군. 쯥.     


          




‘미긍 작가님 되시지요?

  저희 센터가 그동안..’  

    

어느 날 ‘발달장애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작가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쇼핑백을 제작해서 사용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한다. 몇일지나 한 남직원이

 집근처 커피숍을 찾았다.  


        

“저희 ‘발달장애지원센터’가
 이제 제주도까지 8개 지점으로

점점 성장하고 있어요.

 

그동안 미긍 작가님 그림을

 

허락 없이 계속 사용했네요.


그 보상을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막상 이렇게
진지하게 사과를 해오니
 마음이 좀 누그러진다.  

        

“솔직이.. 얼마 전에
 센터를 방문한 지인에게
제 그림이 저의 허락 없이
아직도 사용된다는 얘기를 듣고
어이가 없더라고요.

좋은 맘으로
 '재능기부'한 건데 계속 사용한다는
 양해 정도는 구했어야죠.

그래도 센터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다니
그걸로 보상은 됐어요.
앞으로는 그러지 마시고요.. ㅎ”

연신 감사함을 표하는

직원의 모습을 보니
 
차라리 마음은후련하다.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정식으로 작업 제안이 들어온다.


 발달장애 지원센터의

 홍보 포스터를 디자인해달라는 요청.

 센터 본점이 있는 영등포를 찾았다.


그곳은 ‘척수장애인’지원센터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지체장애인’ 협회 등

 복지기관들이 모여 있는 빌딩이다.


 강남장애인복지관에 소속되어있던

 낯익은 얼굴도 보인다. 그는

 ‘지체장애인’센터장이 되었단다.  


         

그날 처음으로 복지부와

화상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한 여성 직원이 화상을 통해

 웃으며 말문을 연다.


     

“쇼핑백을
디자인한 작가님을
 이렇게 화면으로 뵙네요!
넘 신기해요. 쇼핑백
우리 아이 도시락 가방으로도
아주 유용하게 잘 쓰고 있답니다!
정말 감사해요.
호호홋~”           


나도 웃으며 인사를 하고

회의가 진행되었다.


 결론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을 알아주며 안심시켜준다는 보장을

 포스터에 담고자하는 요청이다. 여러 연령에서

 ‘발달장애인지원’을 해준다는 내용.


 여러 의견으로

 화상회의를 마치고 복지관 직원들과

맛있는 점심을 먹으면서 생각을 했다.


그림의 내용을

 말 한마디로 담아보면 어떨까?

 그림으로만 담아달라는 요청이지만

 핵심 되는 한마디를 추가해보기로..  



갑자기..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늘 곁에서 지키는 엄마의

 맑은 눈망울이 떠오른다.


발달장애 자녀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혜택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부모의

 ‘아픈 손가락’의 아픔도

덜 해지지 않을까?  

   

‘귀를 열어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빌려드립니다.’  

                       

-빌딜징애 지원센터 홍보 포스터 (2016)


울 엄마의
 ‘아픈 손가락’으로
다른 ‘아픈 손가락’들의
 길을 안내한다.
   
 ‘아, 나는
 자주 다치는
손가락인가? ㅋ~’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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