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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Jun 09. 2020

#싸이월드_폭망 스티커 도전 ‘폭망’ 스토리

-싸이월드가 폭망 했다지? 6개월간 매달린 내 작업도 폭망. 입점도 거부

메신저나 sns 공간에서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 스티커의 쓰임이 활발한 요즘이다.


사실 과거엔 미니 홈피, 일촌 맺기를 활용하던 ‘싸이월드’가 대세였다.  

   

* 싸이월드 : 1999년에 벤처 창업의 형태로 몇몇 개인이 뭉쳐서 개발 및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는 '듣보잡' 커뮤니티 사이트였으나, 2002년 하반기 프리챌의 유료화 사태로 클럽 등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네티즌들이 대거 싸이월드로 자리를 옮기면서 커뮤니티 포털 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계속될 거 같았던 싸이월드의 인기는 점점 사그라든다.


이제 모바일 카카오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모바일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모티콘 스티커는

컷마다 단순하고 귀여운 캐릭터 이미지나 말풍선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요즘엔 움직이는 짧은 애니메이션 스티커가 등장하여 클릭하면 짧은 만화를 보는 듯 재미를 더해준다.


사실 내가 해온 그림 작업과 이모티콘은

스타일이 전혀 별개다.


그동안 주로 수정을 하지 않는 볼펜 드로잉을 해왔는데 이건 컷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담아내야 하니.

        

‘그래. 대중적인 활용도가 높은

 스티커에 도전해보자!’  

                 

처음 무작정 도전한 캐릭터는


30대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불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다.


그를 항상 웃으며 긍정하는

 ‘미긍 고흐’ 캐릭터로 살렸다.



그땐 컴퓨터 작업이 지금보다도 서툴고 어설퍼서

얼굴 이미지를 복사해서 재사용하는 간단한 작업조차 못하고 무식하게 매번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어쨌든 그 작업들은 비교적 등록이 수월한


네이버 스티커 몰에 입점을 했고 판매보다는 그냥


본인의 블로그에 사용하는 것에 만족하게 된다.

                        

한데 막상 스티커를

직접 사용하다 보니 실수를 발견한다.ㅠ


말장난으로 ‘~고흐’에 꽂혀서

 ‘반갑고흐’ ‘고맙 고흐..’

‘잼나 고흐’ ‘엄지 척이 고흐..’

이런 식으로 말을 맞추었다.


사실 거기까진 그나마 괜찮았는데

점점 들어갈 말이 없으니 억지스러워진다.

결국엔 나와선 안 되는 말까지 나오고 말았다.


‘쓰레기 고흐...!’


이런 막말을 사용할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흑..’ (2018)  

                    

‘아무래도 스티커는
나랑 안 맞는 거 같아!ㅜ'                     


그랬던 내가 다시 스티커에 집착하게 된 건

밴드 페이지를 운영하면서부터다.


이제 구독자들이 3천 명에 가까워지다 보니

글을 보며 달리는 여러 댓글에 매번 내가 갖은 사진 이미지를 찾아 답글을 달기도 참 번거롭다.


그렇다고 남의 스티커를


구매해서 사용하기는 죽어도 싫네~!   

    

결국 2020년 새해가 쥐띠 해라는 걸

고려해 만든 게 ‘미긍 마우스’다.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은 서툴러서

정지된 이미지의 스티커를 만드는데

이미지가 40컷이나 필요하단다. 헉.    

               

그렇게 만들다가 망치면 다시 만들기를 반복,


80컷 이상 매진했나 보다.


 어느새 6개월이 흘렀고

그렇게 도전한 스티커 결과물을

 '카카오 스튜디오'와 '밴드 스티커 샵'에

메일로 응모했다.


제발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빌며.


 3주가 지나 드디어 메일이 도착했다.


 ‘두근두근..’   



‘제안해주신 스티커는 아쉽게도

 입점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향후 다른 캐릭터가 개발되신다면

 언제라도...’                                    


‘으아.. 왜.. 왜 왜..?!!               

내 스티커는 안 된다는 거야?!!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  


 



“너 앞으로 평생 직업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 텐데...
 매번 이렇게 작업에 매달리고
 무리하면 어쩌겠니?”  
    

아빠의 걱정도 이해하지만

 내 머리와 마음은 따로 반응하는 걸.  

일단 불편한 눈이라도 쉬게 해야겠다.


무리한 컴퓨터 작업 탓인지 최근

시야에 검은 얼룩까지 생겼다.


 ‘비문증’이라고?


 비문증 [vitreous floaters] :안과질환에 의해

 유리체 내에 혼탁이 생기면서

망막에 그림자를 드리워서

 마치 눈앞에 뭔가가 떠다니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증상     


 별 게 다 생기네. 쯥.


‘이제 녹색 자연의 기운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족끼리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기도 파주시의 ‘산림수목원‘을 찾았다.     

              


맛있는 두부정식도 먹고

좋은 날씨와 신선한 숲의 향기를 느끼는

모처럼 만의 ’ 꿀 휴식‘이다.


우리 가족이 하루 머물 숙소를 찾았다.


이곳의 숙소들은 ’ 필리핀 관‘,’ 인도 관‘,’ 베트남 관‘,

’ 파키스탄 관‘, ' 싱가포르 관' 등

동남아 지역의 나라 이름으로 아담한 규모의 원목 건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잔디밭을 채운 곳곳의 조각품들과


예쁜 길들이 정갈하고 참 예쁘게 이어졌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숙소라


 펜션에 비하면 아주 착한 비용이지만

(복지카드가 있으면 50% 할인까지..)


 4~5인용임에도 비좁은 공간에


세면도구, 수건 등이 전혀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산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니 그냥 모두 ok다.        

         


그렇게 짧은 휴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여러 생각을 정리해본다.      

           

‘이제 차분하게 책을 읽어야지.’


책을 읽을 땐 이제

소리 내어 읽는 게 자연스럽다.


혀에도 마비가 와서 찾은 재활이다.


예전에는 혀 짧은 발음에 그리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려니

먼저 발음이 정확해야 했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 내어 읽다 보니


 눈이 불편한 나에겐 부서진 시선으로 보게 되는


 끊긴 문장의 의미를 끝까지 음미할 수 있게 된다.

     

또 혹시나 놓친 단어가 있을까 싶어서

 

두 번 이상 되풀이해서 읽고 있다.




요즘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이라는

 ‘안자이 미즈마루(考)’의 삽화 집을 읽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요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에세이집들을 읽으며 함께 그려진 유쾌한 삽화에 관심이 생겨 구매하게 된 서적이다.   

                                 


미즈마루 작가는 살아생전 무라카미 작가와

 30년을 멋진 콤비로 활동했던 일러스트레이터다.


무라카미 작가의 회상에

‘안자이 미즈마루’가 이 세상에서

자신이 마음을 허락한 몇 안 되는 사람‘이라며

그와의 친분을 돌이켰다.  

      

시기별로 그림과 짤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된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을 읽으며

잔잔히 여러 생각들을 되짚어본다.     

                           

그가 말하길 제목의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다는 것은

 그림을 성의 없이 그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되 보는 이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림에 힘을 빼어

담담하게 담아낸다는 의미다.


미즈마루의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선명한 색감에 그림마다

픽 웃음이 나오는 재치가 있다.


다른 언어를 쓰고 있어도

그림이 지닌 감정을 공유한다는 건

묘한 매력이 있다.      

       

-그는 하루키 작가를 자주 그린다.

그의 일러스트는

가령 고양이를 그린다고 하면


털이 ‘폭신폭신’한 느낌이라는 생각으로

 

날마다 ‘폭신폭신’만 떠올린단다.


누구와 함께 하더라도 무엇을 보더라도

 ‘폭신폭신..’ 폭신폭신한 느낌의 고양이는

그림자도 필요치 않단다.


물론 고양이의 전신 일러스트는

 누구나 떠올리겠지만 단순한 캐릭터를

부분적으로 담아낸 특별한 고양이가

 ‘폭신폭신’하게 탄생한다.

 

그가 1942년생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요즘 일러스트에 견주어도

감각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매력적인 그림이란..?

그저 잘 그린 그림만이 아니라

그 사람밖에 그릴 수 없는 그림이지요.’

    

그만이 갖은 특별한 색깔이

찬찬히 그림으로 나온다.

               

‘그럼 시각장애로

두 개의 세상을 담은 내 그림도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거? 올~ㅋ~♬’





어떤 이미지를 남들과 다르게 표현하려면

특별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겠지.

게다가 일러스트라는 분야는

 현실보다 더 재치 있는 세상이니까.   

   

이번에 도전한 스티커가 사실

내가 사용하기 위함이었지

대중의 관심을 벗어났을 수도 있겠다.


모두들 하루하루 버티기 힘든 요즘

 내가 하는 말들은 공익캠페인 같았을 수도.ㅠ




‘제가 지금 파킨슨병 10차예요.

점점 몸이 굳어지고 있는 불치병인데..

힘들고 지칠 때 요즘 미긍 님을 찾으면서

마음에 안식처가 생겼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보통 새벽 3~4시에 나의 sns 공간에

 

댓글을 남기는 중년 여성이 있다.


몸의 통증 때문일까?


 그동안 몸이 불편하다는 구독자들의

 댓글을 여럿 보았는데 그들은 대부분

새벽에 잠 못 이루고 본인들의

아픈 사연을 이야기하곤 한다.  


‘나도 그 기분 잘 아는데.’  


나의 일러스트 에세이집

 ‘아름다운 긍정 미긍’은 사실

출판사가 없이 개인적인 도전이라

 '장애이해교육'을 할 때 교육기관에 판매하거나

 힘든 상황에 처한 이들을 발견하면

선물하곤 한다.


 책 내용은 어려움이 생긴 후 그림을 그리며

 다시 새롭게 긍정하게 된 나의 실화다.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를

나름 코믹하게 그렸다.  

 

 ‘이번에는 그녀를 위로해야겠군.'

                

그녀가 거주한다는 강원도로

나의 책과 기념품 등을 보냈다.


내가 보낸 것들을 받아보고 참 고마워하던 그녀.


그런데 그러다가 점점 소식이 끊겼다.


 뭐 어차피 그녀에게 바라는 거 없이 보낸 선물이라

보답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그녀의 몸에 아픔이 더 커진 건 아닌지

은근히 마음이 쓰인다.   

                 

밴드 구독자인 중년 남성이 요즘

건강악화로 힘들다는 소식에 위로가 되고자

또 책을 보냈다. 그리고 책을 받은

그가 운영하는 개인 sns 공간에

내가 보낸 책 소개를 너무 멋지게 담았다.


댓글이 500개 이상 달리는 인기 스토리다.


 ‘호오~ 나보다 인기가 더 좋은 걸?!’                       


그 덕분에 몇 권의 책을 판매하게 되었다.                


‘그뤠~잇!' ㅎㅎ’

         



이렇게 누군가에게 힘이 되다 보면...

                   

언젠가는 내 그림을 찾아 주겠지~      


‘혹시.. 내 일러스트도

 마음을 다해

대충~그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아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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