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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Jul 16. 2020

나는야 왼손잡이 광대-2

-휠체어 없이 걷게 해 달라했던 기도가 달라졌다. 더 마음 아픈 기도로.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을 찾아

(2020.07)       


점심시간이 다 되어

그의 추천으로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코다리 찜’ 맛집으로 향했다.         


"여기.. 식당의 식탁도 

주문 받아서 만든 거고요,

 외부에 간판 옆에 붙은 것도 

저의 작품이죠~”


- 수박작가의 작품들


작가에게 주문하는 작품을 

가구로 사용한다는 건 

참 특별하고 멋진 일이겠다.


이곳 음식점의 여주인도 작가라고 했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섞인 염색도 하지 않은 머리를 단아하게 하나로 내려묶은 화장끼 없는 깔끔한 인상의 여주인이 수박 작가를 향해 반갑게 말한다.


"아유~ 수박 작가님,

  어서 오세요! 호호호..."


음식점의 내부에 도예 작품들이 장식되어 있다.

여주인의 작품들일까? 우린 수박 작가가 권하는 이 집의 대표 메뉴 '코다리 찜 정식'을 시켰다.


그러자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다양하고 깔끔한 나물 반찬이 듬뿍 나온다.


그중에 말린 호박 나물이 제일 맛있더라.

조미료 맛이 안 느껴지면서 담백하군. 정말 기분 좋게 깔끔한 반찬들이다.


얼마 뒤에 나온 코다리 찜 정식도 푸짐한 양에 맛도 최고다.


이 곳처럼 자연스럽게 명함을 챙기게 하는 음식점이 있다.


토 심(土 心 ): 흙의 마음이라.

의미도 좋다. 나중에 또 와야지~♪

   


그렇게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음식점 근방의 카페를 추천받았는데

그곳에도 수박 작가의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냥 카페가 아니라 

전시 관람을 온 것 같다.


시원해서 더욱 좋은 이곳.


- 가운데 수박작가 작품


우리 일행은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아이스 호밀 라떼(이거 최고 맛남!) 등을 마셨다.


아.. 배부르고 시원하니 더욱 기분이 좋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오늘이 울 엄마 생신이라

아빠가 특별히 계획한 나들인데

수박 작가님 덕분에

정말 맛있는 곳에서 잘 먹었네요!"


그러자 수박 작가의 대뜸 한 마디.     


"아구~ 그럼 이따가 강화 둘러보시고

저녁에 꼭 들르세요. 특별 

선물을 해야겠네.. 허허"  

   

'우아~ 혹시 엄마도

조각 작품 선물 받는 거 아닐까?!ㅎ'    

  



작업실에 다시 들르겠다고 말한 뒤


아빠의 계획대로 강화 성당에 들렀다.     


강회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서구 신앙이 전파된 지역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성당이 이곳 강화 성당이라고 기록되어있다.


그 역사 덕분에 성당이라 해도 

신식 서구형의 건물이 아닌 

한옥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음.. 한옥 성당이라?


언뜻 연상이 되지는 않는다.   

  


계단 몇 개를 올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부처가 있어야 할 것 같은 한옥의 높은 천장에 예수상과 마리아상, 그리고 촛대들이 장식되어 있다.  

   

또한 목탁소리 대신 성가대 합창이 오디오로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경건한 마음으로 잠시 멈추어 

자리에 앉아 기도를 했다.


과거에 내가 하던 기도가 

휠체어 없이 다시 혼자 걸을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면 


이제 기도의 내용이 달라졌다.  

    



'우리 엄마가 더 이상

 

육체적으로 고통받지 않게 해 주세요!'


요즘 엄마의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물론 과거에 나의 사고가 

큰 원인을 제공했다.


내가 사고로 한 달여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을 때 그걸 곁에서 지켜보며 간병하던 엄마도 하루하루가 커다란 고통이었다 하니.


그렇게 이어진 오랜 병원생활에 퇴원을 하고 나면 다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엄마의 병세가 점점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보다 체구도 작고 여린 

당신의 고통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게다가 최근 엄마가 통증을 완화시키려고

허리에 주사 시술받았는데 그것 때문인지

그 이후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불편해하신다.  

   

이곳저곳 통증에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면 그 무엇도 대신해드리지 못하는 나는 항상 마음만 무겁다.


조용히 기도를 마치고 

성당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성당을 나오면 건물 바로 앞마당엔 잘 자란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그리고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세워진 기념비도 눈에 띈다.

    

#장애극복_그림에세이
-나는야 왼손잡이 광대.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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