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언니라고 해도 되죠? 언니~’ 헙. 내가 글케 어려보여?!
‘안녕하세요? 그때 강연 정말 잘 들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강연을 듣던 1학년
권민주 학생이다. 그렇다면 그녀도 눈이 불편할 텐데 어떻게 메신저를 보내지?
하긴 불편한 시력으로 나도 sns를 하니까 뭐.
나처럼 시력이 불편한 정도인가 보군.
사실 구체적인 내용을 꼽을 만한 것도 없다.
‘저는 매운 음식 못 먹는데
같이 다니는 애들이 매운 것만 먹겠대요~
ㅋㅋㅋㅋㅋㅋ...’
또는 날씨 탓에 기분이
울적하다는 것까지 보고한다.
윽, 그림 작업하는 데 집중할 수가 없다.
Q. 그녀는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 걸까?!ㅠ
‘앞으로 언니라고 불러도 되죵? 언니~’
‘민주 양, 저에게
그런 호칭은 좀 불편한데요..
그냥 미긍 작가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
그리고 새벽이나 늦은 밤까지
용건 없는 메시지도 좀...’
그 후로 고맙게도
민주 양의 메시지가 잠잠해진다.
이제 개인전 준비에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 지냈다.
혼자만의 개인전은 장단점이 있는데
좋은 점은 전시의 컨셉을 내 마음대로 정하는 자유로움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려운 점은 그림 재료와 액자들, 작품들을 디스플레이하는 인부들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이 수반된다.
겉으로는 아픔이 드러나지 않아도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된 '삵'의 모습에
괜찮아 보이려고 애쓰지만 아직 장애로 힘든 나를 담는다.
그러고 보면 저마다의 아픔이 내재되어 있는 현대인들도 '삵'의 모습이 있지 않을까?
메인 테마 '삵'으로 전시 포스터가 나왔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이 몇 년 만에 내린
‘폭설’이란 말인가?ㅠ
일단 춘천 명진 학교의 교직원들에게도 전시소식을 알렸다. 얼마 후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교장이다.
‘오! 미긍 작가님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이들과 교직원들 함께 갈게요. 하하..’
차량은 미리 말해둔 혜화아트센터 옆의 동성중학교 쪽에 주차했다. 내가 전시장 입구까지 나와서 모두를 반겼다.
-전시장 입구
“안녕하세요?
미긍 전시를 찾아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선생님, 저의 설명이 좀 지루한가요?
아이들 반응이 너무 늦게 오는데.”
“아,, 그건 아니에요. 이 정도면
아주 집중이 잘 된 거랍니다.
아이들은 그림의 설명을 끝까지 들어야만
작품 이미지를 제각각 상상할 수 있거든요. 호호..”
다른 교육기관에서처럼 화면을 보며 설명하면 즉각 즉각 나오는 반응을 기대했나 보다.
“이번 전시 메인 캐릭터는 ‘삵’으로 정했어요.
'삵’의 생김새를 보면 살찐 고양이 같기도 한데 야생 동물이에요.
덥수룩한 얼룩무늬 털에 두 귀는 쫑긋 섰고 귀 끝에 검은 털이 몇 가닥 났어요.
그리고 다리는.. 두툼하고요.
입을 크게 벌릴 수 있어서 물어뜯는 힘이 무척 세다고 해요. 이 그림에서 삵이 바라보고 있는 건 여러 겹으로 보이는 교통 표지판 ‘좌절 금지’ 저에게 생긴 시각장애를 삵이 보는 시선으로 의미했고요..”
삵 위에 오른 건 '휘파람새.'
여기에도 13년 만에 불게 된 휘파람을 휘파람새로 담는다.
- 웰페어 뉴스(17)
“여러분들은 혹시 ‘인형 뽑기’ 아시나요?
동전을 넣으면 철제 상자 안의 인형을 뽑을 수 있는 게임이에요.
집게로 인형을 잡을 수 있는데 그걸 ‘인생 뽑기’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여기엔 인형 대신 여러 부류의 현대인들이 들어있어요. 피곤에 지친 회사원도 있고 사기를 치려는 작자들, 모두들 힘든 표정들이에요. 그들 중 누가 뽑혔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하는 미긍이 뽑히는 걸로 설정했습니다.
제가 뽑혀나가는 걸 기구 밖에서 삵이 지켜보고 있어요. 작품과 함께 나온 시를 읊어드릴게요.”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저와 여러분 되길 바라고요,
항상 웃는 거 잊지 말기예요. 아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