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님 덕분에 좋은 걸.. 배 웠 어요~' -어느 청각장애강사
"우리.. 미긍 작가님의
소개 동영상 함께 보실까요? 호호.."
이제 모두에게
나의 경험을 소환하려 한다.
zoom에 가입하지 않아서
장애이해교육으로 친해진 초등학교 교사인
유리 샘에게 아이디와 비번을 잠시 빌려서 사용하기로 했다. 유리 샘의 수업시간과 겹치지 않으니 정말 다행이다. 요즘엔 교육기관에서 비대면 수업을 많이 하니까.
강연의 모임 시간은 2시 반이다.
나의 초대로 하나둘 강사들이 zoom에 접속했다. 대부분 내 또래로 조금 어려 보이는 강사도 있다. 나를 초빙한 양 강사가 말문을 열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에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미뤄지다가 이제야 비대면 온라인으로 뵙게 되었네요..
모두들 반가워요. 호호호..
오늘 강연은 제가 전에 소개했던..
미긍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먼저 본인의 소개를 들어볼게요.’
두근두근.. 이제 내가 말을 이었다.
‘안녕하세요? 그림 작가 미긍입니다.
양 강사님께 말씀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시각장애와 마비되는 오른손으로 글을 쓰는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을 뵙게 되어 너무 반가워요.’
나는 모두에게 인사를 하면서 화면의 열린 창들을 보았다.
어? 그런데 아래쪽 어떤 강사의
한쪽 눈만 크게 화면에 보인다.
내가 말했다.
‘~강사님은 눈만 화면에 크게 잡히는데..
예쁜 얼굴 전체를 다 보여주세요~’
그러자 당황한 듯 그녀가
화면을 다시 잡으며 말했다.
‘아... 이렇게 하면
잘 보일까요?’
그녀의 창을 자세히 보니..
허공을 응시하는 낯익은 시선이다.
잠시 후 얼굴 크기가 제대로 맞춰졌고
내가 말을 이었다.
‘네~ 화면에 아주 잘 잡히네요. 고마워요. 호호.. 이제 간단한 퀴즈를 내볼게요. 앞서 말했듯 시각장애와 오른손이 마비되었는데 어떻게 그림 작가로 활동할 수 있을까요?
안경을 벗으면 더 잘 아실 거예요~ 맞춰보세요~’
하며 안경을 약간 내려쓰자 그런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양 강사가 대답했다.
‘두 개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니까
그림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내가 담담히 그녀에게 말했다.
‘네. 그것도 참 좋은 말씀이지만
정답은 아니네요.정답은.. 예뻐서예요~
만약 못생겼다면 이렇게 활동을 못 했을 거예요~ㅋ’
‘제 소개를 했으니 이제 여러분들도
1,2분 정도로 간단히 소개해주실래요?’
한결 친근해진 분위기에서 강사들 소개가 이어졌다. 그녀들 중엔 유치원 강사가 있었는데 장애이해 교육에 대해 다양한 방향성을 알아보려는 듯했다. 모두의 소개가 끝난 후 먼저 나의 아픔을 말했다.
그리고 평소 강연에 쓰는 pptx자료를 넘기며 준비된 동영상과 함께 강연을 이었다. 이제 그림에 마음을 담는 법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미술심리치료 과정을 보여주었다.
강연이 마무리되어 갈 무렵,
강사들을 향해 말했다.
'강연을 시작하는 여러분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세 가지로 추려 보았습니다.’
중도장애를 입은 후 그림을 시작한 멕시코 여류 화가 프리다 칼로에 대해 수업 자료를 준비했던 이야기를 하며 장애에 대한 정보로 아이들에게 다양성을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자료를 쉽게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모바일로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는 어플 ‘키네마스터’이다.
또 아이들의 반응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꿀 팁’을 말한다.
‘쉬운 퀴즈를 내서 맞추는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는 것도 좋아요.
아이들의 호응이 확 올라가죠.
저는 주로 제 그림으로 프린트한 그림엽서나 서류 파일을 상품으로 해요.’
장애에도 그림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를 묻는 게 나의 ‘아이스 브레이킹’이었다. 내가 설명을 이었다.
‘정답이 이뻐서였지요~? 이건
저처럼 겸손한 외모일 때 더 효과적입니다.
굳어있는 분위기에서는 웃음이 꼭 필요해요~ ㅎㅎ'
재미있게 모두의 참여와 호응을 유도하는 게 좋다.
이제 요점을 정리해서 마무리했다.
‘모두 합치면 ‘자, 아, 소’네요.
‘자’ 신을 ‘아’ 끼고 ‘소’중히 여기는
저와 여러분이 되길 바랍니다.‘
내가 방을 만들었기 때문에 먼저 퇴장할 수 없어서
그냥 내 화면을 끈 상태로 강사들의 반응을 지켜보게 되었다. 아.. 다행히 강연 반응이 꽤 괜찮다.
직접 만나서 강연을 듣고 싶다는 대답도 있었고.
나의 강연을 문서로 감상했을
청각장애 강사가 말했다.
‘이번.. 에 작가님 덕분에 특별한 걸 배웠.. 어요.
아이스 브레이킹.. 저에게 도 필요할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장애가 생긴 후 대중들과의 거리,
그러니까 얼음의 두께가 더욱 두터워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사람들의 시선들을 많이 의식하게 되고.
굳이 나처럼 장애가 아니라 하더라도 첫 만남에서 타인과 자신과의 벽, 그 두께를 허무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장애인 강사들 모두 스스로의
가치를 채우는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멋진 강연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