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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Jul 30. 2019

딸을 천국으로 보낼 '기도'라고?!

5% 미만 생존율을 나에겐 50%라고 속였다.아이보다 내가 먼저 갈까봐

  '네가 태어난 날이야. 오늘이... 나의 딸이 휠체어라도 탈 수 있게 된다면.. 하느님 제발...!! ㅠ'

 

아멘 [Amen] :   '그렇게 될 지어다!'             

-병상. 엄마의 시선-4

           (2003.05~)


           

  "그만 일어나야지..?  이제 눈을 떠 봐-"  하루 4번씩, 회당 10분을 넘을 수 없다.  의식 없는 아이에게 다가가 속삭일 수 있는 시간.  인간이 마지막을 맞을 때 가장 늦게 닫기는 신경이 '청각'이라고 한다.  딸아이에게 말할 때는 우는 소리가 나와서도 안 되고 되도록이면 밝고 명확하게 들리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게 쉽지 않다. 면회를 마치고 중환자실을 나와 가운을 벗는데 낯익은 무리들이 중환자실 입구에 몰려왔다.  딸아이와 함께 일하던 패션 몰 동료들이다.


  "이제 저희 들어가도 되나요?! "  아이들은 면회할 때 입어야 할 가운과 장갑을 챙기고 저마다 면회 시간을 기다렸다. 평소 밝은 성격으로 친구들과 따르는 동생들이 꽤 많았는데 그러고 보니 오늘이 딸아이의 생일이다. 오늘이 네가 태어난 날이었구나.  아이들이 케이크를 사 왔지만 중환자실엔 음식물 반입이 안 된다.  일찍 퇴근해서 여기 모인 아이들이 너무 고마워서 내가 제안을 했다.  "생일이라고 와줘서 너무 고맙다!  주혜 곧 깨어날 테니까 오늘은 걱정 말고 먹고 실컷 마시자!  엄마가 한 턱 쏠게.!"  아이들이 환호했다.  '오늘이 네가 태어난 날이구나.  어서 깨어나서 휠체어라도 탈 수 있게 된다면.. 휴.' 

    큰 집 식구들은 모두 절실한 '크리스찬'이다. 딸의 세례명인 '안젤라'의 대모가 사촌언니 '마리아'이고 나 역시 '동서' 이전에 '대모', '대녀'관계다.  '로사'형님은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친언니와 같은 존재였다. 나보다 큰 키에 듬직한 체구, 짧은 파마머리인데 그녀의 목소리가 그야말로 '반전 매력'이다. '~앵~앵, 아잉' 거리는 애교 섞인 말투로 함께 대화를 하다가도 작은 체구의 나와 뒤바뀐 듯 웃음을 준다.  20여 년 전 내가 처음으로 남한산성을 돌며 운전 연수를 받던 시절에 형님은 뒷좌석을 지키며 늘 함께 였다. '덜덜 덜..' 떨며 도통 도로 외에는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형님은 그 특유의 '애교 목소리'로  "아잉~ 저기 예쁜 꽃들 좀 봐~! 너무 예뻐~ 봐봐~!" 하며 나를 더욱 긴장시키던 기억이 난다. 최근 들어 바쁜 일정에 형님을 자주 뵙지 못했는데 오늘은 '로사'형님이 병원을 찾는단다. '안산'이면 이 곳에서 오가기에 꽤 먼 거리인데 아직 의식도 못 찾은 딸아이를 보여주기엔 어쩐지 미안하다.


  나를 보며 형님이 말한다. "동서 안색이 많이 안 좋네? 몸 좀 챙겨야지.. 근데.. 주혜 세례명이 뭐였지??" 갑자기 세례명이 왜 필요하지? 기도해주시려고 하는 건가? 내가 대답했다. "우리 주혜 세례명은 '안젤라'예요. 근데 그건 왜 물으세요?" 그러자 한참을 생각하던 형님이 말을 잇는다. ".. 안젤라... 이제 하늘나라 가면은.. 편안하게 천국 가야지. 내가 아는 신부님 기도 부탁드렸어. 내일 오실 수 있대. 흐흐흑..."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동안 꾹 참고 버텨온 감정들이 솟구치며 폭발했다! 내가 덩치 좋은 형님을 밀쳐내고 울부짖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뭐, 머라고요..?!! 그게 엄마인 나한테 할 소리예요??!! 우리 주혜는 절대로 안 죽어.. 절대, 절대!! 엉엉.."



  이름 : 강 주 혜
  나이 : 25세
차에 부딪치는 충격으로 8m 나가떨어짐. 골반 파열우측 다리뼈 탈골. 뇌에 피가 찬 상태.
수술 불가. 뇌사상태. 뇌를 채운 피를 말리는 약물 투여.

산소 호흡기로 호흡 가능, 기도 미개방.
(기도[air duct 氣道] :
공기가 폐로 전달 위해 통하는 통로)

  그때 처음 알았다.

나에게는 살아날 확률이 50%라고 했지만

모두 거짓이라는 걸.

그렇게라도 살아날 확률을 속이지 않으면

 내가 먼저 저 세상으로 갈 것 같아서.


생존 확률 5% 미만
  -혜민병원 중환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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