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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Aug 22. 2019

장애인이 되어간다는 것?!

혼자선 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기고 신경 쓸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퇴원 후 몸에 이상한 게 자꾸만 생긴다.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나는 진짜 '장애인'이다. ㅠ

       -퇴원 후 2004~

  

  "아.. 아파요. 으읍.." 이제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돼서 다행이지만 그로 인해 아쉬운 점이 생긴다. 잘라내고 다듬고 해도 자꾸만 생겨나는 것들. 특히나 제대로 디딜 수 없게 된 오른발은 신발이 감싸는 엄지발가락 옆부분에 굳은살이 단단하게 돋아난다. 아마도 걸을 때마다 한쪽으로만 무게가 쏠리기 때문인 듯. 부피도 큰 편이라 걸을 때 땅에 먼저 닿기 때문에 디딜 때마다 아린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정리를 해야 한다. 이제 마비로 불편한 오른손으론 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케어를 받기엔 부담된다. 그래서 엄마의 '발 관리'가 빠져서는 안 되는 나의 일상이 되었다. '티눈'이 하나 생겨나도 불편한데 이젠 별의별 게 신경 쓰인다. 손톱깎이를 잡기에도 쉽지 않지만 많이 연습한 끝에 손톱은 그런대로 스스로 깎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역시 오른손으로 왼쪽 손톱을 자를 땐 긴장을 놓아선 안된다. 하긴 이젠 오른손으로 무엇을 하든지 힘이 든다. 글씨를 쓰는 것도 많이 서툴게 됐고 숟가락을 드는 것도 점점 왼손을 사용하게 된다. 어느 순간 '왼손잡이'가 되어간다.


  일주일에 두 번씩은 엄마와 집 근처의 찜질방을 찾는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기 위해 사우나와 찜질방이 겸해있는 이곳에서 땀을 빼고 있다. 그런데 최근 내 몸에 이상한 게 발견됐다. 처음 그걸 보았을 땐 '아.. 살찐 건가..?' 하고 넘겼지만 점점 더 크기가 커져와서 이젠 겁이 난다. 들키고 싶지 않지만 오늘은 엄마의 예리한 레이더망에 들키고 말았다. "어? 이상한데...? 살이 왜 이렇게 튀어나오지? 다리 좀 이쪽으로 내밀어 봐!" 때를 밀다가 멈추고 오른쪽 다리를 엄마 쪽으로 내밀었다. 엄마가 나의 오른쪽 허벅지를 눌러본다. "아프니..?" "아니.. 아프진 않아." 엄마가 한층 더 염려스러운 얼굴로 내 다리를 관찰한다. "이게 '혹'같아. 안 되겠어. 병원 예약해야지.."  아.. 또 병원인가..? 어휴. 난 진찰할 때 사진 찍는 그 차가운 쇠로 된 침대가 너무너무 싫다. 무거운 마음으로 집에 들어왔고 엄마는 짐을 내려놓자마자 예약을 서두른다. 오랫동안 입원생활을 했던 '여의도 성모병원'이다.

  퇴원한 지 일년이 다 되어 다시 병원을 찾았다. 그동안 휠체어를 타면서 이동하던 그곳이 맞나 싶을 만큼 병원이 작아졌고 또한 좁다.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다. 차가운 침대에 누워 오른쪽 허벅지에 생긴 혹을 각도별로 촬영했다. 내 기록과 사진을 보더니 담당의가 말한다. "사고가 참 크게 났군요? 휠체어 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게 놀랍네요. 오른쪽 다리에 생긴 '혹'은.. '노폐물 덩어리'입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좌측 뇌손상으로 오른쪽 신경이 마비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노폐물들이 오른쪽 허벅지 옆부분에 두둑이 쌓이며 자리를 잡은 것이라 한다. 오른쪽 다리를 움직이면 출렁출렁한 게 기분 참 더럽다. 그래도 다행히 인체에는 해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걸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하고 상태를 봐서 다시 노폐물이 쌓이면 재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한다. '또 수술이야..?! 어휴..' 수술 날짜를 예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우울한 내 표정을 살피며 엄마가 말했다. "다른 병으로 생긴 혹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  그다음 주 예정됐던 수술 일정은 그렇게 착착 진행됐다. 수술 시 다리에 트임이 자유로운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술실에 들어간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신 마취가 아닌 부분 마취를 했다. 마취주사는 어떤 수술을 하던지 둘 다 아프다. 특히 안 좋은 부위일수록 통증이 더 크다. 마취약이 들어갔는지 이제 환부가 무감각해지고 기구로 살을 파헤치는 나쁜 느낌이 든다. 아프지 않아도 불쾌함. 게다가 생각보다 깊게 혹이 자리 잡은 탓에 수술을 하면서도 의료진들이 당황했다고 한다. 예고된 시간이 초과되서야 수술이 끝났다. 혹을 도려낸 환부에는 압박붕대가 칭칭 감겼다. 허벅지를 보니 나도 숨이 턱 막혀온다.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익숙하게 생기겠지? 


   단 한 번도 건강을 의심해본 적 없었던 내가 

'장애인'이 되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점점 생겨난다.

기분 나쁜 일들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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