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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긍 Nov 06. 2019

#장애이해 그림으로 나의 마음까지 치유?!

-삶이란? 아주 특별한 놀이?!  (미술심리치료)

“ 평소에 참을 일들이 너무 많아서...

땀과 눈물을 쏟아내며 인내하는

저의 모습을 담았어요."

-교사들 장애이해교육 (19.10.31)

#그림에세이 #장애이해교육 #미술심리치료

-미긍 2019.11

늘 쾌활하고 활달한 모습의 그녀가 본인의 속마음을 그림에 털어놓는다. 항상 큰 웃음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웃음을 전염시키는 윤 강사가 본인의 그림을 설명한다. 그림을 보니 그동안의 웃음 뒤에서 참 많이 힘드셨구나. 이제 그림에 치유의 에너지를 담아볼 차례. 더 채워나갈 그림을 코칭했다.


“땀과 눈물을 쏟으면

그 자리에서 눈물을 머금은 예쁜 꽃들이 한아름 피어나는 게 어떨까요? 이제 눈물을 받고 예쁘게 피어나는 꽃들을 상상하며 담아보세요!” 그러자 윤 강사도 기쁘게 내 말에 응한다.

-참을 때 피어나는 꽃 (교사 作)

그녀는 특별활동 주임으로 벌써 몇 해째 ‘장애이해’ 교육 수업에 나를 초빙했다. 이번엔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술심리치료를 하게 되었다.


 초등학생 수가 현저히 줄어든 요즘 특히나 서울권을 벗어난 학교일수록 더욱 다양한 수업이 이뤄진다. 어쩌다가 먼 거리에서 강연 초대가 와도 나 혼자서는 도저히 그곳을 찾을 수 없는 입장이라 엄마 아빠를 동원해서 ‘효도관광’(?!)을 시켜드리고 있다.



어떤 예쁘장하고 여성스러운 인상의

 젊은 여교사가 본인의 그림을 설명한다.


“최근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시골집에 갔는데 문 앞에 제가 전에 사드린 신발이 새것으로 놓여있더군요. 그때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그렸어요.”


 그녀의 그림을 보니 시골집과 할아버지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 애틋함이 느껴진다. 그림으로 감정을 치유한다는 건 현실에서는 불러낼 수 없는 상황을 그림으로 담아냄으로써 마음의 응어리까지 풀어낼 수 있는 작업이다. 그녀에게 그림 안에 본인의 마음이 더 담기기를 주문했다.


“할아버님께 하고 싶은 말을 짧게 담아보실래요?”


그러자 그녀가 작게 말끝을 흐린다.


“할아버지가...

생전에 힘들게 고생을 참 많이 하셨거든요..


그래서 이제 다음 생에는

꽃길만 걸으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조언을 보탰다.


“그럼 그렇게 그림 옆에 짧게 담아보세요.


그리고 할아버님 신발 위에 나비가 앉아있으면 좋겠어요.


나비에 모든 의미를 부여하는 거지요.”


그 말을 듣고 그녀의 손길이 바빠진다.

-꽃길만 걸으세요 (교사 作)

이번 수업 맨 앞자리를 차지한 그녀는 짧은 머리에 큰 키, 서구형 분위기의 중년 여성이다. 함께 수업을 해보니 아이를 대하는 따뜻함이 물씬 느껴지고 아이들도 담임을 사랑을 담아 아이들이 먼저 그녀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는 나도 웃음을 머금는다.


손으로 여러 동작을 표현해보는 것도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고 재미있다.


그림에 자신이 없다면

일단 ‘손 그리기’를 추천한다.

손에도 특별한 표정이 있고 가장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이렇게 손에 담긴 작은 세상,

스마트폰을 표현했다.


‘끝까지 함께!’

-‘끝까지 함께!’

#그림에세이 #장애이해교육

 #장애인식개선


‘내가 선생님들 앞에서

강연을 한다고?! 어떻게..?’


처음엔 나도 막막하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림 그리기 앞에서는 교사들 모두가 착한 학생이 된다. 뒷자리를 지키던 교감이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전망대라며 그림을 설명한다. 이내 나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이렇게 그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하지 않으면

 뭘 담았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좀 더 세밀하게 표현하셔야 해요. 남북에서 전망대를 보고 있는 아이들을 단순하게 담아보는 것도 좋겠고요.”


 그러자 교감이 발그레한 얼굴로 열심히 그린다.

그러다가 얼마 후 교사들의 작품들을 교내에서 전시한다는 얘기에 스르륵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쁜 일정이 있어서요.. 허허..”


그날 모인 교사들은 40명 정도였는데 모두들 색다른 본인만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해 어렵다고만 느껴질 수 있는데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그림은 자신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가장 쉬운 요소이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의 힘든 상황을 그림으로 담아내면서 어느새 자신의 마음까지 치유된다. ‘미술심리치료’의 기본 이론이다.



오전에는 3학년 교실을 돌며

장애이해교육 수업과 그림 그리기 시간을 가졌다.


“우리.. 아빠도 선생님처럼 사고로..

많이 아픈데 제 앞에서는 늘 웃.. 으세요.. 흑흑..”


맨 뒷자리에 앉은 또래보다 덩치가 좋은 여자아이가 나에게 그림을 설명하다가 그만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순간 나도 당황스러워서 준비해 간 엽서를 두둑이 잡아 아이 손에 쥐어주었다.


“아빠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주는 선물이에요!

다른 친구들도 그림 열심히 그려서 이 친구한테 미긍 엽서 받아요. 아셨죠?!”


담임에게 설명을 잠시 들어보니

아이의 아빠가 나처럼 차에 치이는 사고로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아이는 아빠를 떠올리다가 많이 울었다. 나는 아빠에게 힘이 되는 딸이 되라는 조언을 더했다. 아빠에게 자주 웃어드리고 곁에서 얘기도 많이 하고 다정한 딸이 되라고.


감성이 여린 아이들은 수업 중 우는 경우도 있다.  

나의 사고 이야기에 수업시간 내내 흐느껴 울던 여자 아이도 있다. 내가 그 친구에게 그림엽서를 몇 장 선물로 주니 곁에 있던 다른 남자아이가 하는 말.


“야~~ 진짜 좋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그냥 막~ 울어 버리는 건데..ㅋ”


그림을 그리며 덮고 싶던

나의 기억들을 부르게 된다.


과거의 나는 일러스트를 전공은 했지만

그림을 반드시 그려야겠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서 그림을 잘 그리려면

특별해야 할 거야..!’


그렇게 결국 다른 길을 택했으니까.


당시의 내 생활이 동대문과 명동의 의류 쇼핑몰에서 배워나가는 일들이 전부라고만 생각했다. 배운 대로 일을 해나가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사고를 만났다. ㅠ

그 후로 정말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게 되고 점점 장애를 인식하게 되면서 속이 답답하기만 했다. 이런 상황에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재활치료의 목적으로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그동안 해왔던 과거의 생각들은 게으른 변명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몸이 편할 땐 오히려

그림을  그리면 절대  되는..

지금과 같은 ‘절실함이 없어서 였다.


 ‘장애’란??!

절대 풀지 못할 ‘저주’가 아닌,

이겨내야 할 ‘특별한 과제’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나의 인식이 그렇게 바뀌면서

모든 게 다시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벌서는  아니야.

놀이라고 생각하자!’


삶이란? 어찌 보면...

아주 특별한 놀이니까.


#그림에세이 #장애극복_미긍에세이


-‘벌서는 게 아니야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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