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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시 Oct 31. 2017

청소와 세상의 상관관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식사를 했으므로 설거지를 하는 사람과 식사를 하기 위해 설거지를 하는 사람. 나는 사실 후자다. 심한 귀차니즘에 해야할 일이 당장 눈 앞에 닥치기 전에는 그대로 두는 사람. 일적으로는 나름대로 성실한 편이지만 생활적으로는 그렇다.

Photo by pan xiaozhen on Unsplash

정리나 청소 역시 마찬가지다. 옷을 의자 위에, 옷장 옆에 아무렇게나 널브러뜨려 놓다가 더 이상 입을 옷을 찾을 수 없을 때 정리를 시작한다. 며칠 전에도 친구들이 온다는 소식에 겨우겨우 미루던 집 대청소를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여 있던 옷을 세탁기에 집어 넣고, 바닥을 굴러 다니던 리모콘을 티비 앞에 두고, 어디 있었는지도 모를 수많은 물건들을 짐 더미 속에서 발굴해 내고. 몇 십 분 동안 청소를 하다보니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같이 청소를 하던 룸메이트 언니가 말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왜 이렇게 집이 지저분해지지? 내가 답했다. 아무것도 한 게 없어서 집이 지저분해지는 건 아닐까.


문득 세상 일 역시 청소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지저분하게 만드는 일들은 어떠한 행동을 해서라기보다 '하지 않아서' 시작된다. 호주머니에 꽂힌 돈을 거절하지 않는 것, 피투성이 혹은 눈물투성이가 된 친구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것, 분명히 잘못된 절차를 고치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그렇다. 지저분함의 많은 부분은 외면을 통해 견고해진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의 흐름 속에 맡겨두는 동안, 닦았어야 할 곳을 닦지 않고 그저 방치해두는 동안, 그렇게 외면하는 동안 먼지는 점점 쌓여 간다. 기스가 난 곳은 곪는다. 직접 오물과 먼지를 세상에 뿌리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하지만 쌓이는 먼지를 외면하는 사이, 그들은 지저분해진다.


Photo by Félix Prado on Unsplash

집 정리를 끝내고 나서 언니와 함께 집의 규칙을 만들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이 있다면 바로 제자리에 옮겨둘 것.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옷가지를 발견하면 바로 옷걸이에 걸 것. 사흘에 한 번 씩은 바닥을 쓸고 닦을 것. 그리고, 서로가 이를 잘 지키는지 항상 체크할 것. 마음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제대로 정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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