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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Aug 22. 2022

#1 최고의 식빵을 만나다

초단편그림소설


문득 식빵이 먹고 싶어졌다. 


왜 갑자기 식빵을 떠올리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퇴근 시간이었고 뜨거웠던 해는 지쳤다는 듯 빌딩 뒤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꺼내 새로 이사한 동네 빵집을 검색했다. 그렇게 길가에 서서 30분이라는 시간을 소요해야만 했다. 블로그 리뷰란 것은 모두 맛있다고 떠들어 댔기 때문에 진정한 맛집 찾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노력 끝에 끌리는 빵집을 찾아냈다. ‘40년 전통의 빵집’이라고 한다. 40년 동안 그다지 유명해지지 않고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적혀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유명하지도 않고 특별하지도 않다.


‘알려주기 싫지만, 꼭 가보세요.’라고 한 블로거는 말하고 있었다.


나는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설레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집까지는 15분가량으로 지하철 타고 가면 된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전철 안에는 오늘도 사람이 많았지만 맛있는 식빵을 생각하니 그래도 기분만은 좋았다.


지하철을 빠져나와 곧장 빵집으로 향했다. 작은 골목길을 지나 큰 언덕을 하나 넘어야 했다. 나는 인내심이 많은 도둑 고양이처럼 발을 움직였다. 그리고 빵집 앞에 도착했다. 간판도 없었다. 그저 나무로 된 판자에 ‘빵’이라고 적혀있을 뿐이다. 


가게 유리문으로 가까이 다가가 안을 들여다 보았다. 누군가가 빵을 진열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잠시 본 뒤 빵들을 보았다. 빵들은 모두 갓 나온 듯 생기가 돌았다. 빵 냄새가 내 코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새 나는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문에서는 작은 종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빵을 진열하는 사람이 뒤돌아 나를 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 사람은 고양이의 머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면을 쓴 게 아니다. 분명 그의 얼굴이다. 자연스럽게 그의 입이 움직이고 나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기에 난 알 수 있었다. 난 두려워 가게를 다시 나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앞에 있는 고양이 머리의 점원이 큰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서 오세요.” 고양이 점원이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난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놀라움을 감추고 빵을 구경했다. 빵 모양은 자세히 보니 생선 모양이다. 나는 고양이 점원의 얼굴을 다시 힐끔 보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빵을 진열하고 있다. 나는 다시 빵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빵 맛있어요” 갑자기 그가 내게 말했다.


목소리는 나이가 있어보였지만 얼굴이 고양이라서 나이를 전혀 짐작할수는 없었다.


“아…네. 감사합니다.” 


나는 그가 추천해 준 빵을 집었다. 생선모양의 단팥빵이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빵들을 살폈다. 그리고 종종 고양이 점원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는 상품 진열을 끝마치고 계산대에서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의 웃음은 이상하게 나의 마음을 놓이게 했다. 


“저기...식빵은 없나요?”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말을 걸었다.


고양이 점원은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말했다.


 “당신 왼편에 비슷한 것이 있지요.”


나는 왼쪽에서 통조림 모양의 빵을 보았다. 모양은 통조림 모양이었지만 분명히 식빵이었다.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집어 그가 있는 계산대로 향했다. 그가 내가 집어 온 빵을 보며 말했다.


“계산하겠습니다.”


가까이서 본 그의 얼굴은 더욱 놀라웠다. 매끈한 털이 얼굴을 촘촘히 감싸고 있고, 분홍색 코는 촉촉했다. 말을 할 때 그이 송곳니가 보였는데 드라큘라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그는 나의 카드를 건네받고(그녀의 손은 사람의 손이었다), 계산을 한 뒤 다시 카드와 영수증을 건넸다.


“정말 맛있는 걸 고르셨네요” 그가 빵을 종이 가방에 담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또 오겠습니다. 하하”


“또 오게 될 겁니다.”


“네? 그런가요?”


“저희집 빵은 정말 맛있거든요. 한번 먹고 나면 또 생각이 나실 겁니다.” 그는 내가 구매한 빵을 건네며 말했다.


집에 오는 내내 고양이 얼굴의 직원을 생각했다. 자취방 안에 들어가 책상에 앉아 빵을 꺼내 보았다. 생선 모양의 빵과 통조림 모양의 식빵이 놓여있다. 빵을 먹어볼까 했지만 무거운 피로감이 느껴져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거울 속 내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거울에는 피곤하고 초라한 고양이의 사내가 나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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