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4시 편의점의 밤
초단편그림소설
새벽 2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먹을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냉장고 속은 아무도 찾지 않는 동굴 같았다. 나는 집 앞 24시 편의점을 떠올렸다. 지갑에서 카드를 빼서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개구리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신고 도둑고양이처럼 집을 빠져나왔다.
동네는 죽은 듯이 조용했다. 지겹도록 더웠던 여름이 물러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8월 말이다.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간다. 다시 취업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 어떠한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
새벽의 편의점은 캄캄한 사막 한가운데 놓인 오아시스 같다고 종종 생각한다. 편의점 유리문을 잡아당기니 종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카운터의 남자는 무겁게 고개를 들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자다 깬 낙타 같다. 그는 편의점 주인이었다. 자주 오는 편의점이라 그가 주인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직접 야간 일을 하고 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편의점을 둘러보았다.
배가 미친 듯이 고팠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도 걸어오는 동안 취업 생각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편의점을 천천히 두 바퀴 돌 뿐이다. 그리고 결국 맥주와 컵라면 한 개를 골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주인은 컵라면이 무겁다는 듯이 들어 올려 바코드를 찍으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바코드가 인식이 되지 않았다. 주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네…바코드가 안 먹히네…” 편의점 주인의 미간이 주름이 잡혔다.
“천천히 해주셔도 됩니다. 전 시간이 많거든요” 라고 나는 말했다. 내 말에 주인은 전혀 웃지 않는다. 조금 머쓱해졌다.
“아무래도 바코드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다른 제품으로 가져다주실 수 있나요?”
나는 컵라면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다른 컵라면을 다져다 주었다. 그제야 바코드가 인식되었다.
“네. 4,500원입니다.”편의점 주인은 말했다.
나는 주머니 속에 넣어둔 카드를 꺼내 건넸다. 주인은 카드를 받아 결재하려 했지만, 고개를 또 갸우뚱했다.
“다른 카드 없나요?”
“네? 없는데..”
“잔액 부족이라고 나오네요..”
“아...”
나는 카드를 받고 그제야 그 카드가 신용카드가 아니라 체크카드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잘못 가져나온 것이다. 다시 집에 다녀올까도 했지만 4,500원의 금액으로 다시 왔다 갔다 하기 귀찮아졌다.
“정말 죄송하지만, 내일 다시 올게요.” 나는 말했다.
“음…우리 이렇게 하는 것이 어때요?”
“네??”
“실례가 안 된다면 오늘 하루만 아침 6시까지 이곳 편의점을 봐줄 수 있나요? 그 시간 동안 무료로 다 먹어도 좋아요. 저는 잠시 저 직원실에서 잠을 잘게요. 사정이 생겨서 급하게 나온 거라 너무 졸리네요. 손님이 오면 저를 깨워주세요. 그게 조건입니다. 어때요?”
나는 조금 고민이 되었지만, 어차피 낮에 잠을 너무 많이 잤고 할 것도 없었기에 그 거래를 받아들였다. 편의점 주인의 유니폼 조끼를 나에게 건넨 후 직원실로 들어가며 말했다.
“정말 뭐든지 다 먹어도 좋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깨워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푹 주무세요.”
그날 밤 나는 원 없이 배를 채웠다. 손님은 이상하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 오아시스는 그렇게 인기가 많은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잠시 사막을 거닐다 물을 마시며 오아시스를 지켰을 뿐이다. 그날 편의점 안에서 올려다본 달은 이상하게 더욱 빛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