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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Sep 01. 2022

#4 팔로워를 늘려드립니다

초단편그림소설


“정말 무료로 팔로워가 늘어나는 법을 상담해 주시나요?”


“네, 맞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을 낙엽 같은 차분한 목소리다. 남자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전화를 걸었기 때문에 나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우연히 당신의 게시물을 보게 되었어요. 팔로우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보이더라고요. 귀여운 고양이 사진 밑에 ‘팔로워가 많아지는 법 상담해 드립니다.’라는 글자와 전화번호가 있어서 연락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팔로워가 늘지 않으시나요?”


그녀는 차분하게 말했다.


“네. 지금 3년째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지만 전혀 늘지 않아요. 친한 친구들마저 저를 팔로우하지 않는다고요.”


“이런...위험한 상태네요. 그러다 삶의 의욕조차 없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 팔로우가 몇 명인가요?”


“2명입니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해야 상담에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명…그래도 괜찮습니다. 멋진 숫자입니다.”


“그중에 1명은 친동생이고, 다른 한 명은 저의 다른 계정입니다.”


“아, 그렇군요. 괜찮습니다. 최근 다른 분은 팔로워가 1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명이 넘어버렸습니다.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혹시 해시태그를 사용하시나요? ‘#냥스타그램’ 같은 것 말이에요”


“물론이죠. 매번 사진을 올릴 때마다 적절한 태그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상 #데일리룩 같은 것을요.”


사실이었다. 나는 태그도 꽤 신중해서 달고 있다.


“그럼 태그를 달지 마세요.”


“네? 무슨 말이죠?”


“지나친 태그는 좋지 않아요.”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무언가를 마시는 소리를 냈다. 물을 삼키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니면 고급 와인일지도 모른다. 덕분에 나도 갈증이 느껴졌다. 괜히 테이블 위에 놓인 모나미 펜을 집었다. 그리고 노트에 공간에 선을 마구 그었다. 여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의 아이디가 어떻게 되죠?”


“Hot_cat 090911 입니다.”


“당신의 아이디 디엠으로 제가 새로운 아이디를 드렸습니다. 팔로워가 100명이 넘는 아이디업니다. 이제 이걸 사용하시면 됩니다. 대신 당신의 아이디를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아주 쉬운 방법입니다. 저는 타인이 만든 아이디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어요. 당신은 팔로워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 저는 그저 타인이 만든 계정을 얻으면 그만입니다. 추후 어떠한 피해도 드리지 않아요. 간단한 계약서도 보내드립니다.”


“그래도 이건 좀 위험한 과정이 아닌가요?” 말하면서 나는 노트에 ‘교환’이라는 단어를 적고 있었다.


“우리 둘만의 신뢰의 문제일 테죠. 천천히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셔도 됩니다. 전화를 끊고 아이디를 보신 후에 거래를 원하시면 다시 연락을 주세요. 거래를 원하시면 바로 비밀번호를 드리겠습니다. 그다음 당신의 아이디 비밀번호를 주시면 됩니다. 간단한 게임 같은 것입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그녀가 보내준 아이디를 확인했다. 팔로워가 108명이 찍혀있었다. 그 숫자가 내 것이 되는 상상을 하니 삶의 의욕이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숫자를 가지고 싶어졌다. 108명의 팔로워. 유일하게 나를 팔로워 해 준 동생에게는 잘 설명하면 된다. 교환해도 내가 손해 볼 건 하나도 없는 듯 했다. 나는 30분 뒤에 인스타그램으로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아주 쉽게 그 아이디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지금은 팔로워가 109명이 되었다. 추가된 한 명은 나의 다른 계정이다. 잠들기 전 나의 팔로워 숫자를 보며 잠들었다. 멋진 숫자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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