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초등학교 때 잠시나마 운동선수의 꿈을 꿔서 그런지 스포츠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승부욕, 경쟁심, 도전정신은 제가 즐기고 좋아하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그런 순간 자체를 즐겨 하는 성격 탓에 성인이 돼서도 복싱, 탁구, 테니스, 수영, 복싱 등 계속 배우고 아마추어 시합에도 도전했었습니다.
그중 대학생 때부터 가장 많은 시간, 돈,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상급자 수준으로 못 넘어간 스포츠는 테니스였습니다. 서브, 발리, 포핸드, 백핸드 등 볼 때는 쉬어 보이지만 가장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갭이 큰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자세 교정, 원 포인트 레슨 등을 통해서 여러 번 선수 출신의 코치에게 레슨을 받았지만 쉽게 개선이 되지 않았고, 포기와 재도전을 반복한 끝에 이제는 코로나 핑계로 안친 지가 3년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10여 년 전 대학교 여름방학 때 야외 코트에서 레슨을 받을 때 한 대학생쯤으로 보이는 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운동신경, 피지컬, 센스 등이 운동을 잘할 사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는데 코치님이 하라고 하는 대로 우직하게 기본기 훈련에 매진한 친구였습니다.
그 당시 제 생각에는 그 친구가 운동신경이 없기 때문에 저렇게 하다가 포기하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고, 그렇게 방학이 지났습니다.
저는 방학 때 잠깐 올렸던 실력이 다시 꾸준하게 하지 않으니 실력이 계속 정체되었고, 그 해 겨울에 레슨을 다시 받기 위해 테니스장을 찾았습니다.
정말 깜짝 놀란 것이 그 친구는 여전히 테니스장에서 살다시피 있었고,
4~5개월 만에 실력 상승이 쉬운 스포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는 그때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상급자의 레벨로 이미 올라와 있었고, 제가 단식 경기에서 패배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고, 제 자신이 부끄러운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수영, 피겨스케이트계에서 Goat (Greatest of All Time)으로 꼽히는 마이클 펠프스, 김연아도 어떤 마음으로 훈련하는지에 대한 인터뷰 질문에 그냥 한다. 그냥 반복한다.라는 심플한 답변을 했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뭔가 시간, 돈, 노력을 투입했을 때 ROI (Return of Investment)를 지독히도 따집니다.
우리 주변에서는 조금의 노력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분야의 마스터나 명장의 반열에 오른 사람은 지겹고, 똑같은 일을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맹목적으로 그냥 아주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비로소 완전히 내 몸에 체득되었을 때 그 결과와 성공은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정한 후에는 유연성, 계산을 버리고, 그냥 한다.라는 심플함이 잡념을 없애고,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효율을 따지지 않고 맹목적으로 반복하는 일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