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을 생각해본다. 출국 4일 전 여행을 고민하던 시점에서 출판사 대표님께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무조건 가라고 하셨다. 정확히 말하면 너가 일부러 실패를 겪으러 가고 싶은 게 아닌,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하고 싶은 거라면 사소한 두려움 따위는 무시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식당과 숙소를 추천해주시고, 예약까지 도와주셨다.
특히 추천 받은 식당은 주말에 여는데, 일정 상 그 주에 출발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출국 3일 전 여행을 급하게 결정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는 사실 일정이 없었는데, 아버지가 카오야이라는 곳에서 지인의 숙소를 빌릴 수 있다고 해서 우연히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지난 4일 동안 머물면서 잊지 못할 경험들을 쌓았다.
금요일인 오늘도 마찬가지다. 태국 여행은 내 계획에 없었는데 약 2주 전 함께 강원도 여행을 떠났던 태국에 사는 한국인 형으로부터 태국으로 놀러오라는 초대를 받았다. 와서 태국도 즐기고 자기 친구들도 만나면 좋겠다길래, 새로운 경험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받은 사소한 초대가 이렇게 커져서 지금까지 왔는데, 오늘은 드디어 그 형을 만난다.
특히 이 형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사람이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왔지만, 이 형만큼 자신의 심지가 두꺼운 사람은 본 적이 거의 없다. 그가 소개해줄 태국과 사람들이 아주 기대된다. 오늘부터 월욜까지 형과 함께 할 시간에서 어떤 경험을 선물 받을지, 그 경험들은 나를 어디로 이끌지 정말 기대된다.
가만 보면 지금까지 소개한 태국 여행도 그렇고, 처음에 뉴욕 여행을 시작하려고 했던 배경도 그렇고 스스로 해낸 게 하나도 없다. 살다 보니 그 과정에서 책과 사람을 통해서 그 길을 인도받게 되었고, 나는 무엇에 홀린 듯이 그 길을 열심히 걷는 게 전부였다.
여행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과정에서도 계획 없이 주어진 대로 혹은 떠오르는 대로 혹은 흘러가는 대로 보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삶의 흐름인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로도 나의 여행은 열심히 노력하는 게 하나도 없음에도, 지니의 요술 양탄자를 탄 것처럼 마법같이 흘러가고 있다.
이는 내가 평생을 살아오면 살아왔던 방식인 '계획 하기.'. "애 쓰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지금 나에게 펼쳐지는 이 과정들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만, 일단 그 속에서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언젠간 그 의미들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