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생일이었다.
하루 3백 원 받던 용돈을 그날은 2천 원이나 받았다. 학교 앞 문구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합법적 도박인 짱깸뽀(가위바위보를 해서 돈을 딸 수 있는 게임)를 할 수 있었고, 달콤한 잉어 모양 엿도 사 먹을 수 있었다. 한 팀의 선수를 모두 모으면 실제 야구 장비를 주는 야구 카드를 뽑을 수도 있었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나의 눈길은 문구점에 새로 들어온 인형 뽑기로 향했다. 한 게임에 100원. 하루 한 두 번씩 도전했지만 한 번도 인형은 뽑지 못했다. 그 날은 20번이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반드시 뽑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문구점 아저씨에게 2천 원을 모두 동전으로 바꾸고 인형뽑기 기계 앞에 섰다. 때마침 하교길의 같은 반 친구 현빈이가 다가왔다. 현빈이는 쾌활하고 잘 노는 친구였는데, 자신이 인형 뽑기를 아주 잘한다며 대신 뽑아줄까? 제안하였다. 당당하고 자신 있는 모습에, 그리고 인형을 하나라도 뽑고 싶었던 마음에 현빈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슬펐다. 현빈이는 1,700원을 썼지만, 인형을 뽑지 못했다. 실패에 머쓱했는지, 오늘은 운이 안 좋다며 다음에는 인형을 꼭 뽑아주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남은 돈 3백 원으로 도전을 이어나갔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허망했다. 친구의 달콤한 제안에 응한 스스로가 바보 같았다. 인형을 못 뽑더라도 내가 해볼걸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그때 다짐했다. 실패하더라도 내가 하자.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 경험과 기억은 선명하다. 그래서 아직도 주변의 달콤한 제안을 경계한다. 실패할 권리를 남에게 양도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그 경험은 선물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생일 선물로 나는 두꺼운 귀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