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대뱃살 한 조각이 가치관을 바꾸었다.
이수역 근처에 '스시로로'라는 초밥집이 있다. 자주 시켜 먹는 기본 세트는 12 피스에 12,000원. 하지만 그날은 오랜만에 어머니가 상경해서 특초밥 12 피스 17,500원짜리 세트를 주문했다. 지역의 유명한 맛집이었기에 어머니도 음식 맛이 좋다며 호평했다. 초밥 세트가 절반 정도 나왔을 즈음, 어머니는 참치 초밥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으셨다. 접시에서 입으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참치 대뱃살 한 조각이 나의 스웨이드 로퍼 위에 떨어졌다. 5번도 채 신지 않은 새 로퍼였다.
"이거 오랜만에 비싼 돈 주고 산 건데.." 표정이 어두워지며 나지막이 불평을 토로했다. 어머니는 머쓱한 표정과 함께 미안하다며 말씀하셨다. 찰나의 어색한 순간이 지나고, 남은 초밥을 우리는 다시 맛있게 먹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어머니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초밥집에서 짧게나마 불평하던 순간을 생각했다.그날 이후, 나는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게 되었다. 정확히는, 훼손되거나 잃어버려도 신경 쓰지 않을 물건들만 사게 되었다. 물건은 돈을 벌어 언제든 다시 살 수 있지만, 내가 어머니에게 불평했던 그 짧은 순간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없다. 한 마디 뱉을 3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 그날 이후의 이미 몇 년, 길게는 몇십 년이 될지 모를 물건에 대한 관점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