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 - 공지영 장편소설
어릴 때 나는 착한 아이였어요. 엄마 말도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했지요. 그게 사랑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요. 엄마, 내가 말 잘 들을게. 날 좀 사랑해줘 , 날 낳은걸 후회하지 말아 줘... 날 버리고 죽지 말아 줘, 제발!... 그리고 어른이 되었어요. 한 남자를 만날 때마다 나는 그런 거래를 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시겠어요? 흥정 말이지요. 내가 착할게, 날 좀 사랑해줘, 내가 참을게, 내가 노력할게, 내가 밥을 해주고 내가 빨래를 해주고 밤늦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열어주고 술국을 끓여주고 뭐든지 다해줄게. 너희들이 나를 버리고 나를 때리고 나를 내팽개치고... 희망을 주었다가 그것이 이루어지기 직적에 그걸 빼앗아가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빼앗아가도, 더 이상 참을 수없는 벼랑까지 날 밀어버린다 해도 내가 이를 악물고 참을 테니 제발 날 사랑해줘! 그랬던 거지요. 그건 사랑이 아니었어요. 그건 거래였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