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생일이었다. 내 생일은 누군가 축하해 주는 게 부끄러워 카카오톡 프로필에 생일 알림도 꺼놨는데 딸 생일은 축하파티까지 해주려고 첫째 친구 엄마에게 먼저 연락해서 집에 초대도 했다. 생일 전 날, 일 끝나고 집에 오면서 생일 상은 아니지만 미역국을 끓여주려고 한우로 소고기 국거리도 사 왔다.
그렇게 딸 생일 아침, 미역국에 밥 한 그릇 말아먹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학교를 보냈다.
학교를 보낸 후 나도 일하러 갔는데 오후에 갑자기 문자가 한통 왔다.
내 친구에게서 왔다.
우리 딸내미 생일이네 이모가 무진장 축하한다고 전해줘. 우리 ♡♡도 딸내미 이쁘게 낳아서 건강하게 잘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어. 더더더 힘내서 앞으로도 파이팅.
일하다가 갑자기 울컥했다.10년을 키우면서 받지 못한 칭찬을 친구가 대신 이야기하니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딸을 낳아 기른 시간이 10년이나 흘렀다는 게.
결혼을 한 후 첫째의 엄마라는 존재로 태어난 나는. 과연 예쁘고 건강하게 지냈을까? 엄마로서 10살은 진짜 10살처럼 그렇게 해맑았을까? 그랬을까? 엄마의 기본이 안되어 배워가는 과정에서 많을 것들로 인해 울고 웃으며 딸에게 맞는 10살의 친구가 되었을까?
사춘기 과정을 과연 딸과 함께 친구처럼 헤쳐나갈 수 있을까?
친구가 보내준 문자로 인해 난 10살의 엄마, 10년을 엄마로 산 나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고 또 이렇게 엄마로서 축하를 받으니 또 다른 감정들이 앞섰다. 그렇게 지낸 시간들이 한 아이를 낳아 기른 엄마로서 우리 딸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듯 엄마로서 자식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 배우는 과정들이었다. 난 잘 자라고 있었고 그건 우리 딸만 봐도 알수있다.
우리 딸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도 딸의 엄마로서 태어나 당연히 축하받아야 할 순간이기에 내 생일과는 다르게 부끄럽지 않아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친구 문자로 돌아본 엄마로써의 10살은 더 단단하고 멋진 10살의 엄마가 되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