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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Sep 08. 2023

딸 생일이 내 생일.

엄마로서 10살.

첫째가 생일이었다.  내 생일은 누군가 축하해 주는 게 부끄러워 카카오톡 프로필에 생일 알림도 꺼놨는데 딸 생일은 축하파티까지 해주려고 첫째 친구 엄마에게 먼저 연락해서 집에 초대도 했다.  생일 전 날, 일 끝나고 집에 오면서 생일 상은 아니지만 미역국을 끓여 주려고 한우로 소고기 국거리도 사 왔다.


그렇게 딸 생일 아침, 미역국에  밥 한 그릇 말아 먹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학교를 보냈다.

학교를 보낸 후 나도  일하러 갔는데 오후에 갑자기 문자가 한통 왔다.


친구에게서  왔다.

우리 딸내미 생일이네
이모가 무진장 축하한다고 전해줘.
우리 ♡♡도 딸내미 이쁘게 낳아서 건강하게 잘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어.
더더더 힘내서 앞으로도 파이팅.

일하다가 갑자기 울컥했다. 10년을 키우면서 받지 못한 칭찬을  친구가 대신  이야기하니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딸을 낳아 기른 시간이 10년이나 흘렀다는 게.  


결혼을 한 후 첫째의 엄마라는 존재로 태어난 나는. 과연 예쁘고 건강하게 지냈을까? 엄마로서 10살은 진짜 10살처럼 그렇게 해맑았을까?  그랬을까? 엄마의 기본이 안 되어 배워가는 과정에서 많을 것들로 인해 울고 웃으며 딸에게 맞는 10살의 친구가 되었을까?

사춘기 과정을 과연 딸과 함께 친구처럼 헤쳐나갈 수 있을까?


 친구가 보내준 문자로 인해 난 10살의 엄마, 10년을 엄마로 산 나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고 또 이렇게 엄마로서 축하를 받으니 또 다른 감정들이 앞섰다. 그렇게 지낸 시간들이 한 아이를 낳아 기른 엄마로서 우리 딸처럼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듯 엄마로서 자식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 배우는 과정들이었다. 난 잘 자라고 있었고 그건 우리 딸만 봐도 알수있다.


우리 딸이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도 딸의 엄마로서 태어나 당연히 축하받아야 할 순간이기에 내 생일과는 다르게 부끄럽지 않아 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친구 문자로 돌아본 엄마로써의 10살은 더 단단하고 멋진 10살의 엄마가 되었는 것 같다.


잘 컸다. 10살 엄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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