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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Jan 31. 2022

세상에서 가장 거칠고 모험적인 산길

2021년 캐나다 로드트립 여행기(3)

아침이 되었다.

간밤의 섬의 기온은 온화했다.

나를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기운에 잠도 잘 잤다.

나나이모의 헬스장에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목욕재계를 마친 뒤 목적지로 출발했다.



눈부신 아침 햇살과 바다를 끼고 달리니 해안도시의 휴가철 느낌이 물씬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무가 확확 커지는 것이 느껴졌고 곧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한 숲으로 들어가나 싶더니

언제 끝날지 모르는 비포장도로를 건너기도 했다.




+ 목적지 도착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렇다.

내가 이렇게 대자연의 속으로 들어온 이유는 처음부터 이 여행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자 이유였던 West Coast Trail이라는 백패킹 코스는 오래전부터 눈 여겨봤던 곳이었다. 이번년에도 조금의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던 중, 이 시기에 감염률이 급격하게 줄어서 이동제한이 풀렸고 풀리자마자 급하게 진행을 마쳤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준비를 한 후 안내소에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았다.

헌데 이 코스는 썰물과 밀물이 있는 바닷길이 포함되어 있어 조수의 시간 계산이 필요한 걸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최악의 경우 일주일 간의 조수를 계산하지 못하면 원하는 날짜에 코스를 끝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아차 싶었던 나는 안 그래도 힘든 영어로 조수계산에 관한 질문을 쏟아내고 있던 차였다.


"?!$%^..성공이다!"   


남쪽에서 시작해 내가 있는 북쪽 지역으로 코스를 마치는 일행들이 안내소 근처로 들어왔는데 들린 반가운 소리.

"안녕하세요"

정말 운이 좋게도 외국인들 사이에 한인 가족이 보였고 그분들에게 모든 코스와 숙지 사항들을 한국말로 듣는 행운을 누렸다.



그분들의 조언으로 가방도 재정비하고 지도에 기록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해안가 쪽에서 누군가 고래라는 외쳤고 일순간 그곳에 있던 모두가 바닷가로 뛰었다.


해안가에서 고래라니



WCT는 많은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역시 보기는 쉽지 않고 그중에 고래는 가장 보기 어려운 동물 중 하나라고 한다.


덕분에 시작 지점에서 꽤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다.


"태헌씨는 정말 운이 좋은 거 같네요."

"정말 그런 거 같네요"


시작부터 친절한 가족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출발과 동시에 고래까지 나타나다니 참 운이 좋으신 분이라고 말씀해주신 말에 이번에는 겸손할 순 없을 거 같았다.


그리고 출발을 위해 인사를 나누고 재정비한 가방을 둘러매는 순간


'피쉬이이익'


매는 순간 가방이 허리춤에 있던 베어스프레이를 건드렸고 어느샌가 안전핀이 빠져있던 스프레이는 내 엉덩이로 발사된 뒤였다. 

  

태헌씨는 운이 정말 좋은 거 같네요 라는 말이 끔찍한 고통과 함께 떠올랐다.


(다음 편에 계속)








TIP


+ West Coast Trail

- 캐나다에서, 아니 세계에서 트레킹 코스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소개되는 이곳은 여러 매체에서 세계 몇 대, 혹은 세계에서 가장 거칠고 모험적인 코스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필자는 2019년에 예약 전쟁에서 쓴맛을 보았고 2020년에는 팬데믹으로 운영을 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더 조바심이 낫던 곳이다.

 유명한 만큼 관련되선 많은 정보가 이미 인터넷에 있으므로 관련 링크를 하나 달아두는 것으로 예고편은 마치겠다.(https://mijutrekking.com/trail.cfm?id=61)


+ 휘트니스 체인점

- 아메리카 대륙에는 큰 체인점의 휘트니스센터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회원이라면 그 지점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잘 이용한다면 여행에서도 운동 및 샤워들을 요긴하게 할 수 있으며 밴쿠버 섬에 도착하자마자도 이곳으로 와 샤워를 했고 여행 중간중간 정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때는 정말 코로나가 끝나는 줄 알았다


+ 주의사항

- WCT는 매년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조류나 사다리 등의 지형에 의한 사건도 많지만 곰, 쿠거 등의 위협도 대비해야 하며 만약 혼자서 모험을 한다면 그 준비는 더 철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내가 놓친 것은 추위였다. 7월의 밴쿠버 아일랜드의 기온을 만끽했던 나는 추위에 대한 대책을 간과했었고 만약 한인분들의 조언이 없이 두꺼운 옷들을 챙겨가지 않았더라면 감히 내가 이 모험을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결론까지 도출할 수 있는 그런 문제이다. 가방은 무거워져도 어쩔 수 없다. 여벌의 옷을 꼭 챙기자.

많은 주의 문구가 가방을 더 무겁게 만들지만 어쩔수 없다
1. 해안가에서 고래를 볼 수 있다니 2. 여행 끝까지 나를 챙겨준 고마운 한인 브라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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