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스카이다이빙
어젯밤 T는 또다시 작별 인사를 나눴다
T는 본인이 되게 멋이 없다고 느꼈다
아직도 그는 본인의 동네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할 일들을 했었다
지금도 봉사하는 도서관으로 가 남은 작업을 마쳤다
자정이 넘었다
T는 차에서 쓰러지듯 잠을 잤다
그 다음날 T는 아침 5시에 일어난다
동네를 벗어나진 못했지만
차에서 눈을 떴다는 게 여행이 시작된 것만 같다고 느껴 기분이 좋아진 그였다
이미 이틀 만에 T는 차박에 완전히 적응을 한 것만 같다고까지 느꼈다
도서관에서 간단히 세수만 하고 얼른 T는 오늘의 목적지로 출발한다
오전 9시 스카이 다이빙 예약이다
원래 T는 저번주에 떠나는 거였지만
지금도 떠나지 못했다
결단이 필요했다
강제성을 주기 위해 캘거리를 벗어나 위치한 곳으로 예약했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캘거리의 아침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화창한 하늘과 넓게 퍼진 구름
떠나는 날에 날씨가 좋은 것도, 아름다운 이곳의 여름을 등지고 떠나는 것도 T는 한편으론 야속하지만
출발을 하니 기분이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도심을 빠져나가자 넓은 평야가 그를 마주 했다
초록 물결의 끝이 안 보이는 대지
그 위로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멋진 추억과 많은 생각들을 되새기며 T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9시에 오픈인 스카이다이빙 장소는 아직 아무도 없어 보인다
T의 불안한 예감이 언습했지만
캐나디언 마인드로 이 여유를 즐겨보는 척 주위를 둘러본다
9시가 되자마자 업체에 전화를 한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9시 10분까지 주변을 탐색한다
옆 건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가 연락을 취해준다
T에게 전화가 왔다
안 연다고 한다
어제부터 바람이 강해서 금요일까지 안 연다고 한다
—
아아
용기 낸 결심이 처음부터 막히네
어떡하지
여기서 뛰어내려야 모든 게 훌훌 털어져 나갈 것 같았는데
—
우선 침착하자라고 그는 생각한다
침착해지지 않는다
문득 차정리를 시작한다
캣베드 조각들을 차에 수납용으로 사용해보려고 한다
조금씩 침착해지기 시작한다
차정리인지 생각정리인지 몇 시간째 차에서 시간을 보낸다
문득 본 손목시계의 시간이 3시가 넘었다라는 걸 알려준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계획한 스카이다이빙도 못했다
자리만 차지하는 캣베드도 못 버린다
그냥 업체가 다시 연다는 금요일까지 캘거리에 있다가 다시 와서 뛰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또다시 돌아가는 건 생각만 해도 T에게는 비참했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슬픈 노래 때문인지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T는 그가 어떤 인간인지 생각했다
바로 답이 나왔다
동쪽으로 그냥 출발한다
하염없이 그냥 달린다
넓은 하늘과 끝없는 벌판이 다시 한번 펼쳐진다
T에게는 아침만큼 감흥이 없다
쥬라기공원의 촬영지인 장대한 드럼헬러가 눈앞에 펼쳐지지만
역시나 감흥이 없다
공룡 뭐 어쩌라고 지금
몇 시간을 더 달렸는지 모른다
T의 가슴이 조금씩 두근 된다
다시금 지금에 초점이 맞춰진다
T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고스트 타운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