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고스트 타운
이번 여정은 갑작스러웠다
심지어 T는 갈 곳도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캐나다 동쪽 끝에 있는 노바스코샤를 무작정 목적지로 정한다
떠나는 날도 몇 번이나 번복되었다
그런 그에게 스카이다이빙은 이번 무계획 여행에서의 첫 번째 계획이었다
하지만 뛰지 못한다
이번 여행은 계획을 하지 말까 하고 T는 생각한다
더욱이 하고 싶은 것이나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나 가고 싶었던 많은 곳들이
막상 지금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게 그는 문득 신기하게 느껴진다
—
T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남들이 그냥 하라는 대로 하고 살았던 유년시절 덕분에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로, 그것이 그가 원하는 것인 양 생각하고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그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욱이 모험을 좋아한다는 것을 말이다
곧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아졌다
—
정말 열심히 차단하고 살았나 보다,
라고 T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고스트 타운,
어떠한 이유로 사람들이 떠나 아무도 살지 않고 오랫동안 방치된 마을을 의미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T는 구글맵에 고스트 타운을 입력한다
그리고 검색된 곳 중 동쪽에 있는 곳으로 T는 핸들을 돌린다
가는 길은 왔던 길과 똑같다
끝이 없는 초원과 벌판
집중되지 않는 노랫소리
골똘히 무언인가를 생각하느라 입꼬리가 굳어버린 T의 표정
저녁 7시가 다되어 목적지로 향하는 샛길로 접어든다
끝없이 동쪽으로 향하다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니
이제는 T의 왼쪽 편으로 끝없는 지평선과 천천히 내려가는 해가 나타난다
삼십 분 정도 되었을까
갑자기 T는
어느 순간부터 도로에 차가 한대도 다니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
..
드디어
오른쪽 초원으로 조그마한 집들이 멀리 나타나기 시작한다
마을 입구로 천천히 들어선다
아무 소리도 없는 마을과 완전히 깜깜하게 보이는 집들의 창문은 마치 다른 공간의 느낌을 준다
침을 꿀꺽 삼키며 T는 자동차의 핸들을 꼭 부여잡는다
천천히 마을을 한바뀌 돌았다
오래되어 방치된 집들이 뒤편에 있었다
하지만 앞쪽과 옆쪽에 몇몇 집들은 지금도 누군가 사는 집이라 해도 무방했다
T는 마을 입구로 돌아와 천천히 차를 세운다
이번엔 차에서 내려 직접 탐사를 시작할 생각이다
이런 종류의 탐험에 경험이 있는 T는
엔진을 끄고 잠시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잠시 뒤 그는 뒷자리로 가서 만반의 준비를 시작한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목에는 스카프를 두르고 그의 전용 장갑을 주머니에서 꺼내 손에 낀다
편한 운전 복장이었던 그의 옷은 어느새 긴바지와 전술벨트, 셔츠 위에 긴 옷 체크 셔츠로 갈아입혀진다
긴 양말과 전술화를 신는다
보조가방과 플래시를 준비하고 휴대폰은 전술케이스로 갈아 낀다
물론 이 과정들은 시간이 조금 소요되었다
중간중간 주위의 소리와 사이드 미러에 비친 마을을 그가 계속 주시했기 때문이다
T가 차에서 내린다
차의 문 열리는 소리와 닫히는 소리가 조용한 마을로 퍼져 나간다
그래도 마을의 거리는 조용히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 차 소리가 들리면
누군가는 집 밖으로 나와 그 소리를 확인해 볼만했지만
T는 본인을 주시하는 어떠한 분위기도 감지하지 못한다
오래된 집들이라 그런지 대부분 잔디와 잡초들이 무성한 정원을 가지고 있었다
헌데 집 근처의 잔디와 풀들이 일정하지 않았다
어느 집들의 잔디와 풀들은 무성하지만
어느 부분들은 관리가 된 것처럼 보여 T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T는 집 가까이로 천천히 접근해 본다
풀 속에 있을 것들을 조심하며 살금살금 다가간다
대부분의 집들이 밖에서부터 큰 자물쇠로 잠겨 있는게 보인다
이번엔 문 옆으로 난 창문으로 가까이 가본다
아무도 없다는 게 예상이 되었지만
T는 남의 집, 그것도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집, 안 내부를 본다는 것이
꺼림칙하기만 하다
용기를 내어 슬쩍 창문을 곁눈질해서 본다
슬쩍 보니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T는 내부가 거의 비어 져 보인다고만 생각했다
가져온 플래시를 준비한다
침을 꿀꺽 삼키며 플래시와 함께 대담하게 내부를 쳐다본다
대부분 비워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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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 할애해 대부분의 집을 확인했다
모든 집은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하나 한 집은 조금 이상했다
우선 집 뒷마당에 물이 흐르고 있었다
집 안에는 살아있는 식물들이 있었다
사람이 있다는 명백한 뜻이라고 T는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 정적이 없는 이곳에서
감히 그 집의 초인종을 누르거나 노크를 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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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는 차로 돌아간다
만약을 대비해 차를 그대로 마을 입구에 대기로 한다
이곳에서 한 시간이 흐른다
해가 졌다
불이 켜진 곳이 없는 게 확인되었다
T는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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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차에서 저녁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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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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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있어 T는 낄낄 거리며 웃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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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T는 더없이 편한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