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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Sep 19. 2024

#2.2 릴레이 글쓰기

20241227 배진희


“내 선택은…나의 의식을 분리하여 다른 몸에 이식하는 클론이야.”

그는 20살의 청춘 남자의 몸에 자신의 의식을 클론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오늘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해도 세가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결정하지 않고서 왔었다. 하지만 AI가 옵션을 하나하나 다시 설명하는 동안 왜 인지 모르지만 젊은 시절 연인이었던 그녀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을 진심으로 이해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이미 살아온 삶을 연장하는 판국에 이왕이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내가 놓친 삶은 순간들을 그 순간의 육체와 더 성숙하고 노련한 의식으로 맞이한다면 분명 200% 이해가 더 잘될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선택이 과연 최선의 방법일까? 생명의 연장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여서 나는 선택받은 자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판국에 내가 하는 결정이 과연 최선일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이미 쏟아진 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네,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그럼 지금부터 동의서 작성을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AI는 처음  그가 들어섰을때마냥 적당히 명쾌하지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닌 중립적인 톤으로 클론 선택에 따라오는 동의서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면서 그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구두 동의를 요구했다.

AI는 중여한 부분이 나올때면 그에게 이부분은 매우 중요하니 심사숙고 하라는 충고까지 놓치지 않았다.

“사용자의 잘못으로 클론의 몸에 치명적인 피해가 생기거나, 또는 불의의 사고로 생명연장이 끝나는 것은 자사의 책임이 아닙니다. 이부분에 동의하시나요? “라고 AI는 물었다. 그는 동의의 표현을 짦게했다.

“하지만 시술 후 1년 이내에  클론된 육체에 예상치 못했던 질병이나 오류가 생길경우에는, 자사의 능력하에 가장 비스한 육체로 다시 클론해 드릴수 있습니다. 이에 동의하십니까?”.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생명연장의 욕망에 이끌려, 가지고 싶은 것들은 꼭 가짐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면서 살아온 그였지만 행여 복제된 육체에 복구 불가능한 문제가 생겼을 경우, 또 다른 육체로 의식을 옮겨가면서까지 더 살고 싶은 욕구가 그때도 지금과 같을까? 어쩌면, 젊은 육체에 성숙하고 노련한 의식이 탑재된 자신의 업그레이 버전으로 생활하다 보면 그 매력에 취해 살고싶은 욕구가 더 불어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생각에 잠긴 그에게 AI는 대답을 요구했다. 그는 짦게 동의한다고 답했다.


한시간 가량 AI는 쉬지않고 동의서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모든 서류에 동의를 하고 나자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들어 그는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리감을 느낄수 없는 백색의 가상공간은 그가 지금 느끼는 피로감을 두배로 느끼게했다. 자신이 지금 인생의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조차 들게 했다.

차라리 초록색의 정원을 배경으로 택했다면 지금 이 순간 자연에서나마 피로를 풀어줄수 있는 위로를 얻지 않았을까…하지만 그의 후회는 이미 늦었다.

그녀를 그때 그렇게 놓친 것 처럼…

그때의 그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추앙하던 그녀를 왜 떠나야만 했었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연인과의 관계가 흐미해져갈때면 그는 항시 그때의 그 기억을 떠 올렸다.

부정당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그것도 친부에게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가 겪어야 했던 어린 시절의 서러움, 두려움과 외로움은 마음속 한구석에 아주 크나큰 트라우마로 남아서, 그의 모든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쳤다.

그런 큰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과연 내가 몸만 20살로 돌아간다고 해서 나의 삶이 달라질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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