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착오를 보았다면
그대로 두어주세요.
잘잘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실어
사뿐히 내려 앉힐 요량이니까요
떨어져 나간 잎사귀 내려다보고 있으니
때 아닌 허기와 갈증이 꿈틀거리는데요,
그림자 길어질 때 제 뜻 닿지 못하니
홱 하고 고개가 돌려졌습니다
저기 저물어가는 해가 내 꿈도 데려갔지 내일 먹구름이 붙들어서 나오지 못하면
빛바랜 것들을 눈물로 녹여
어둠 내려앉은 곳 깊숙이 손발 휘젓자
켜켜이 쌓이는 착오를
그대로 두어주세요.
꽃봉오리 노오랗게 물들 때와
꿀벌과 나비와 잔치상 차릴 꿈을
오늘도 꾸었으니까요.